비리 '주범'은 무기중개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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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방위산업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방산비리를 방산업체 비리와 군납업체 비리, 무기중개상 비리로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흔히 떠올리는 방산비리는 방산업체가 무기를 생산·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의미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군복 등 군납업체도 적발 잦아
방산업체는 엄격한 검증 받아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정부 지정 방산업체는 93곳(10월 기준)이다. 대부분 방산 제품 생산업체로 정부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정할 뿐 아니라 매년 생산원가 등을 검증받는다. 그만큼 방산비리가 발붙일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그동안 검찰과 감사원 등이 적발한 방산비리 대부분은 이들 방산업체가 아니라 군복·식량 등 상용 물자를 납품하는 일반 업체, 해외에서 무기를 구매하면서 그 업무를 대행하는 무기중개상이 저질렀다.
최대 방산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1993년 ‘율곡사업(군 전력 현대화사업)’ 비리도 무기중개상의 범죄였다. 1974년부터 약 20년간 총 32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사업에 참여하려는 무기중개상들이 전·현직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 등 고위직 국방 관계자에게 뇌물을 건넸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린다 김 로비사건(1998년)과 대공포 도입 비리사건(2003년) 등도 미국 등지의 외국산 무기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구조적인 비리와 개인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산업체인 STX 계열사가 차기 호위함 사업 등을 수주하도록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기소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방산비리가 아니라 개인 비리인 ‘제3자 뇌물수수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물자나 장비를 납품하는 업자와 예비역 장교가 결탁한 비리가 방산비리의 대다수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서영득 법무법인 충무 대표변호사는 “‘빈대(개인비리)’를 잡으려다 ‘초가삼간(방위산업)’을 태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무기 도입 과정의 비리를 차단하려면 지나친 정보 보안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가적으로 반드시 보호해야 할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해 무기 도입 과정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 도입을 주도하는 방위사업청의 독립성과 전문성 향상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방위산업을 육성해 수출 비중을 높이는 것도 장기적인 과제다. 16% 수준인 국내 방위산업 수출 비중을 선진국처럼 40~50% 수준으로 높이면 방위산업 발전은 물론 외화 낭비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상남 방위산업진흥회 팀장은 “방위산업을 키우려면 무기 개발과 구매 관리 과정 전문가는 물론 국제법과 협상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