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카드에 허점 노출한 'ATM'

경찰, 복제카드로 현금 빼내려던 루마니아인 검거

강남·명동서 3600만원 인출 시도

해외 카드에 허술한 국내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허점을 노리고 복제 신용카드를 만들어 돈을 빼낸 루마니아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과 특수절도 혐의로 루마니아인 A씨(38·남)와 B씨(31·여)를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월과 지난달 각각 입국해 서울 호텔에 묵으며 미국, 유럽에서 발행된 해외 신용카드 371장을 위조했다. 이후 9월19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서울 강남, 명동 등 번화가 ATM에서 총 189회에 걸쳐 3690만원 상당의 인출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가운데 21회에 걸쳐 670만원을 인출하는 데 성공했고 168회는 승인 거절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11일 인터폴로부터 루마니아 카드 복제 범죄조직원인 B씨가 인천공항에 입국한다는 동향과 A씨의 신원 정보를 전달받았다. 수사팀은 피의자들을 3일간 집중 미행해 이들이 은행 ATM을 이용한 시간과 기기번호,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한 후 카드사로부터 부정 거래를 확인했다.

이들은 일부 ATM에서 IC칩이 아닌, 마그네틱 카드만으로 현금 인출이 가능한 ‘MS 폴백 거래’를 악용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신용카드에 IC칩 없는 마그네틱 카드만으로는 입출금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해외 신용카드는 IC칩 인식이 안 될 경우 마그네틱 띠에 입력된 정보만 읽혀도 ATM에서 거래할 수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