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00여 편 주연 '영원한 스타'…별들의 고향으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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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신성일 폐암으로 별세…화려했던 영화인생
최고의 미남·반항적인 이미지
제임스 딘·알랭 들롱과 비견
1964년 '맨발의 청춘' 스타 등극
1974년 '별들의 고향' 대히트
엄앵란 "마지막까지 영화 얘기"
최불암 "반짝이는 별 사라졌다"
내일 영화인葬…장지는 영천

신성일 측 관계자는 이날 “고인이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 이후 전남의 한 의료기관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왔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신성일은 빼어난 외모와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국 영화사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긴 ‘영원한 스타’다.
본명이 강신영인 그는 1937년 서울에서 출생한 직후 대구로 이사해 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경북중과 경북고를 졸업했다. 가세가 기울면서 호떡장사 등으로 학비를 벌며 서울대 진학을 노렸지만 실패한 후 배우의 꿈을 꿨다. 1957년 신필름의 신인연기자 공모에서 264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상옥 감독에게 발탁됐다. 이후 신 감독이 ‘뉴스타 넘버원’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신성일(申星一)이란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에 출마하며 본명과 예명을 합친 강신성일로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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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 스타답게 스캔들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2011년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에서 연극배우와 아나운서로 활동한 고 김영애(1944~1985)를 1970년대에 만나 사랑한 이야기를 공개, 파장을 일으켰다.
신성일의 외도로 엄앵란과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1975년부터 이미 별거했지만, 엄앵란은 이혼만큼은 하지 않았다. 엄앵란이 유방암 수술을 하게 됐을 때, 20여 년간 집을 나가 있던 신성일이 돌아와 엄앵란을 간호했다. 이번에는 엄앵란이 암 투병 중인 신성일을 위해 수천만원의 병원비를 부담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날 조문한 원로배우 최불암 씨는 “반짝이는 별이 사라졌다. 조금 더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빈소를 지키던 엄앵란 씨는 “남편은 ‘우리는 영화 동지다. 우리는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끝까지 걸어야 한다’고 했다”며 “어떻게 죽어가면서도 영화 이야기를 하느냐는 생각에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고 말했다.유족으로는 부인 엄앵란 씨와 장남 석현, 장녀 경아, 차녀 수화씨가 있다. 6일 오전 10시 열리는 영결식은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후배 배우 안성기 씨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아 영화인장으로 엄수된다.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