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中 성장 둔화는 한국 경제에 기회

"'자국 우선' 미·중 갈등은 뉴노멀
서해안에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中 경제 변화 따른 맞춤전략 절실"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이달 말에 있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한 타협 가능성이 거론된다. 낙관과 비관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양국 간 타협으로 상황이 진정된다 해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두 경제 대국은 정상 간 악수에도 불구하고 뒤에서는 상호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 전략의 칼을 갈 것이며, 한국 경제도 그 거센 물살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요국 경제는 양적완화라는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에 의존했으며 중국 등의 신흥경제로 몰렸던 투자와 자본 유입은 상응하는 수요 증가로 연결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물가와 고용, 환율이나 성장률 등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은 경제적 일상이 됐다. 한때 세계무역기구(WTO)의 틀 속에서 국경을 초월해 통합되는 양상을 보였던 세계 경제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한 새로운 보호주의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의 고성장과 저임금 구조를 활용할 수 있었다. 한국 경제가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이제 중국의 저임금 구조와 가공수출 기지 기능에 의존하기 어렵게 됐다.미·중 무역 갈등 과정에서 교훈을 얻은 중국이 겉으로는 미국을 비판하기 위해 자유무역을 옹호한다 하더라도 산업정책은 유무형의 장벽과 정책 조율을 통한 자국 산업 및 시장 보호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경향 역시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 미·중의 전략 변화에 대응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을 활용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 유지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을 꾀할 수 있는 대내 전략이 필요하다. 또 중국 경제의 구조적 진화에 초점을 맞춘 대(對)중국 전략을 추진할 때다.

국내 투자 전략으로는 한국 서해안 지역에 비즈니스 허브 및 연관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의 사회 통제와 지방 정부 간 경쟁 및 견제로 인해 중국 기업과 관련 인사들은 안전과 기밀성을 보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협의·추진 장소와 업무, 휴식, 관광 및 쇼핑 수요를 한꺼번에 만족시킬 복합 시설과 서비스 환경을 필요로 한다. 인천, 새만금 지역, 목포 및 제주를 거점으로 한 서해안 지역은 방대한 중국 동부 연안 및 내륙지역에 방사상 형태의 접근성과 시간 효율성을 겸비한 지리 조건과 공항 및 항만,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췄다. 또 한국은 미·일과 유라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플랫폼 경제로 발전할 수 있는 지경학적 이점이 있다. 비자 편의 및 외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법률 및 금융 서비스 환경을 조성한다면, 한국 서해안은 중국과 한국의 경제를 잇는 통로로 국토의 균형 발전과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을 계기로 서구 시장을 위한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은 한계에 직면했다. 정부 주도의 보호주의와 산업정책 변화로 인해 향후 중국의 성장 동력이 될 산업구조 고도화와 도시화, 기술 및 기업 관리 혁신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저비용 고효율의 협력 파트너로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발전과 한국 경제의 구조 개선을 주도할 ‘윈·윈’ 전략으로 유용하다.

역설적으로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은 한국 경제에는 기회다.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해당 지역 정부의 지지와 협력인데, 이들은 경기 침체기에는 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외자에 지지와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고성장기에는 환경 및 기술이전 문제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해 장애를 조성한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고민을 우리 경제를 위한 자산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