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아이 아픈데 맞벌이 강요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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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배우자가 있는 천 2백여만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545만여 가구로 전체의 44.6%로 나타났다.
100쌍의 부부 중 44쌍 정도는 함께 돈을 번다는 얘기다.18살 미만의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 중에선 자녀가 어릴수록 맞벌이 비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6살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의 맞벌이 비율이 41.6%로 가장 낮았다.
양질의 보육시설이 부족하고 일하면서 자녀를 키울 수 있는 분위기가 미흡한 탓에,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은 맞벌이가 쉽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와 외벌이 중 가구당 자녀수는 어떤 쪽이 높을까. 한 보험사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자녀수는 1.08명이고 외벌이의 경우 1.26명으로 조사됐다.'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육아를 하다 보면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활동과 더불어 완벽히 해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가 아픈데 남편이 맞벌이를 강요한다'고 호소한 A씨의 사연은 그런 녹녹치 않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3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최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A씨의 남편은 "혼자 벌어서는 힘들다"면서 "우리도 다른 맞벌이 부부들처럼 일하면서 애를 키우자"고 제안하며 맞벌이를 권했다.
남편의 끈질긴 요구에 취업을 한 A씨.
면접 때 회사 측에서는 "아이가 아직 돌도 안됐는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엄마가 케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 했다.이에 A씨는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남편과 교대로 돌볼 수 있다"고 답해서 10일간의 교육을 거쳐 정식으로 일하게 됐다.
그런데 교육이 채 끝나지도 않은 어느 날 아이가 열이 많이 나고 아팠다.
돌잔치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아이를 잘 케어해야 했는데 양가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셔서 아이를 봐줄 사람은 없었다.
하는수 없이 A씨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하루쉬고 다음날은 남편이 연차를 내고 아이를 돌봤다.
문제는 셋째 날이었다. A씨는 남편에게 "난 아직 교육기간이라 하루 더 쉬는 건 불가능하다. 당신은 연차가 있으니 하루 더 써줘라"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어렵다고 거절했다.
A씨는 또 조퇴를 하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회사에서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A씨를 해고했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이는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A씨 남편은 또 맞벌이를 하라고 종용했다.
A씨는 "아이도 너무 어리고 자주 아픈데 무슨 일 있을 때마다 3~4일 빠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이가 어린이집 간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9시부터 6시 정시 출퇴근하는 제대로 된 직장을 원했다.
남편이 "나는 혼자 돈 버는 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 아이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일을 해라"라고 들볶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에 A씨는 "내가 애 엄마인데 어떻게 애를 생각 안 할 수가 있느냐"고 울음을 터트리며 부부싸움을 하고 말았다는 것
이어 "한 가정 먹여살리느라 너무 힘든 거 다 이해한다"면서 "그래서 아르바이트라고 한다는 것이고 아이가 3살이 되면 일하겠다고 하는데 남편은 그것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남편이 아이 아픈 건 안중에도 없다. 아픈 아이 때문에 회사 눈치 보며 병원 다니느라 아등바등하는 와이프 걱정은 안 하고 자기 돈 쓰는 것만 신경 쓰고 있네. 4살까지는 잔병치레 잦다. 그러다 크게 아프면 누굴 원망할 것인가", "남편은 아파도 연차 못 내고 못 보는 상황 아닌가. 아내더러 아이도 보고 돈도 벌어오라는 건데 그렇게 만만한 회사는 없다. 결혼을 하지 말든가 아이를 낳지 말든가 했어야 했다", "남편이 연차 못 쓴다고 했을 때 이번에 회사 잘리면 난 다시는 일을 안 할거니 결정하라고 단단히 못을 박았어야 했다", "맞벌이 강요하면 이혼해라. 이혼 사유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아이를 고려하지 않은 남편의 맞벌이 요구가 정말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양해야할 법적 의무가 있다"면서 "보양은 부와 모가 함께 자녀를 양육해야하고 생활비와 양육비도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남편이 일을 하고 생활비와 양육비를 부담하고 아내가 집에서 가사일과 양육을 담당하고 있다면 아내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만약 남편이 아내에게 모든 육아와 무리하게 맞벌이까지 강요하는 것은 아내가 인간이 아니라 원더우먼이 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이어 "남편이 충분히 집안일과 양육을 분담해서 아내가 직장생활을 할 여유가 있으면 맞벌이를 권유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도저히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일을 강요해서 다툼이 커지고 혼인이 파탄된 경우는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100쌍의 부부 중 44쌍 정도는 함께 돈을 번다는 얘기다.18살 미만의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 중에선 자녀가 어릴수록 맞벌이 비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6살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의 맞벌이 비율이 41.6%로 가장 낮았다.
양질의 보육시설이 부족하고 일하면서 자녀를 키울 수 있는 분위기가 미흡한 탓에,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은 맞벌이가 쉽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와 외벌이 중 가구당 자녀수는 어떤 쪽이 높을까. 한 보험사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의 자녀수는 1.08명이고 외벌이의 경우 1.26명으로 조사됐다.'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육아를 하다 보면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활동과 더불어 완벽히 해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가 아픈데 남편이 맞벌이를 강요한다'고 호소한 A씨의 사연은 그런 녹녹치 않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3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최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A씨의 남편은 "혼자 벌어서는 힘들다"면서 "우리도 다른 맞벌이 부부들처럼 일하면서 애를 키우자"고 제안하며 맞벌이를 권했다.
남편의 끈질긴 요구에 취업을 한 A씨.
면접 때 회사 측에서는 "아이가 아직 돌도 안됐는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엄마가 케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 했다.이에 A씨는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남편과 교대로 돌볼 수 있다"고 답해서 10일간의 교육을 거쳐 정식으로 일하게 됐다.
그런데 교육이 채 끝나지도 않은 어느 날 아이가 열이 많이 나고 아팠다.
돌잔치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아이를 잘 케어해야 했는데 양가 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셔서 아이를 봐줄 사람은 없었다.
하는수 없이 A씨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하루쉬고 다음날은 남편이 연차를 내고 아이를 돌봤다.
문제는 셋째 날이었다. A씨는 남편에게 "난 아직 교육기간이라 하루 더 쉬는 건 불가능하다. 당신은 연차가 있으니 하루 더 써줘라"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어렵다고 거절했다.
A씨는 또 조퇴를 하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회사에서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A씨를 해고했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이는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A씨 남편은 또 맞벌이를 하라고 종용했다.
A씨는 "아이도 너무 어리고 자주 아픈데 무슨 일 있을 때마다 3~4일 빠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이가 어린이집 간 시간에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9시부터 6시 정시 출퇴근하는 제대로 된 직장을 원했다.
남편이 "나는 혼자 돈 버는 게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는다. 아이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일을 해라"라고 들볶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에 A씨는 "내가 애 엄마인데 어떻게 애를 생각 안 할 수가 있느냐"고 울음을 터트리며 부부싸움을 하고 말았다는 것
이어 "한 가정 먹여살리느라 너무 힘든 거 다 이해한다"면서 "그래서 아르바이트라고 한다는 것이고 아이가 3살이 되면 일하겠다고 하는데 남편은 그것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남편이 아이 아픈 건 안중에도 없다. 아픈 아이 때문에 회사 눈치 보며 병원 다니느라 아등바등하는 와이프 걱정은 안 하고 자기 돈 쓰는 것만 신경 쓰고 있네. 4살까지는 잔병치레 잦다. 그러다 크게 아프면 누굴 원망할 것인가", "남편은 아파도 연차 못 내고 못 보는 상황 아닌가. 아내더러 아이도 보고 돈도 벌어오라는 건데 그렇게 만만한 회사는 없다. 결혼을 하지 말든가 아이를 낳지 말든가 했어야 했다", "남편이 연차 못 쓴다고 했을 때 이번에 회사 잘리면 난 다시는 일을 안 할거니 결정하라고 단단히 못을 박았어야 했다", "맞벌이 강요하면 이혼해라. 이혼 사유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아이를 고려하지 않은 남편의 맞벌이 요구가 정말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는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양해야할 법적 의무가 있다"면서 "보양은 부와 모가 함께 자녀를 양육해야하고 생활비와 양육비도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남편이 일을 하고 생활비와 양육비를 부담하고 아내가 집에서 가사일과 양육을 담당하고 있다면 아내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만약 남편이 아내에게 모든 육아와 무리하게 맞벌이까지 강요하는 것은 아내가 인간이 아니라 원더우먼이 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이어 "남편이 충분히 집안일과 양육을 분담해서 아내가 직장생활을 할 여유가 있으면 맞벌이를 권유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도저히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일을 강요해서 다툼이 커지고 혼인이 파탄된 경우는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