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토론만 하는 '한국형 셜록 홈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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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지식사회부 기자 lsb@hankyung.com“언제까지 토론만 할 겁니까.”
5일 국회에서 열린 ‘신직업으로서 공인탐정제도 도입방안’ 토론회에서 강동욱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이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엔 민갑룡 경찰청장과 나영민 경찰청 총경 등도 참석했다.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탐정법안은 17대 국회인 2005년부터 13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탐정(민간조사업)제도가 없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 지금까지 의원 9명이 관련법 11건을 발의했다.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법안 통과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변호사협회의 반대 등으로 국회에서는 의견수렴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 의원은 “조사서비스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관련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 음성적 조사서비스가 성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 청장도 “개구리 소년 같은 실종 사건이 한 해 1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어 공인탐정제도가 왜 빨리 도입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국제범죄, 실종 사건,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분야에서 조사서비스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한 민간조사업체는 유명브랜드의 의뢰를 받아 ‘짝퉁’ 브랜드 옷과 가방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일당의 공장, 창고 등까지 조사해 경찰에 넘겼다. 공권력에만 의지했다면 1~2년 걸렸을 일이라고 회사 측은 말했다. 중국 등의 산업스파이에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한국 기업들이 조사서비스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 과정에서 경제활성화와 고용효과가 따라오는 것은 물론이다. 경찰청은 관련법이 통과되면 민간조사업 시장이 연 1조2724억원 규모로 커지고, 1만5000여 명의 고용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표 의원은 토론회에서 “셜록 홈스, 명탐정 코난을 꿈꾸는 아이들이 탐정이 불법인 것을 알면 실망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탐정을 그릴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