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시련의 계절'

손정의 펀드, 카슈끄지 '불똥'
주가 한 달 새 24% 급락
손정의 회장(사진)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가 10월 이후 24% 가까이 급락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소프트뱅크는 세계 유망 정보기술(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98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비전펀드 자금 중 450억달러를 투자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소프트뱅크도 구설에 휘말린 모습이다.

5일 도쿄증시에 상장된 소프트뱅크그룹 주식은 8747엔에 거래를 마쳤다. 9월 말(1만1470엔) 대비로는 주가가 23.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가 9.21%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하락률이 두 배를 웃돈다.소프트뱅크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다. 비전펀드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뒤 투자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진 게 직접적 요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우량 벤처기업 사이에선 ‘피 묻은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비전펀드 투자를 기피하는 풍조가 생기고 있다.

세계적으로 IT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IT 투자가 많은 소프트뱅크엔 악재로 작용했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미국 나스닥지수는 10월에 9%가량 하락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다. 소프트뱅크는 2018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배 늘어난 8401억엔(약 8조3361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우버 등 비전펀드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난 덕을 봤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