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우여곡절 끝 이란제재 예외 인정에도 원유 도입감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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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결제계좌 유지로 對이란교역 명맥유지는 성과…'갈 길 멀다'
美 예외적용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美-이란 타협 전망도 '안갯속'미국 정부가 5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오후 2시)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한 가운데 한국은 일단 예외를 인정받아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제재 예외가 인정됨으로써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 업계 다음으로 큰 몫을 책임지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대들보'에 해당하는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을 180일간(연장 가능) 제한된 물량으로나마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이란산은 약 13%로 그 자체도 상당하지만 원유 품목 중 이란산 콘덴세이트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 가운데 콘덴세이트가 74% 정도를 차지하며, 한국의 이란산 콘덴세이트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작년 기준 하루 평균 57만 배럴)의 53%에 달한다.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 타결 후 대 이란 제재가 풀리고 한-이란 교역이 늘어나는 동안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우리 정유업계엔 '효자'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콘덴세이트 분해 장치가 주로 이란과 카타르 산에 맞춰져 있어 단기간에 대체 도입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는 이번 예외 인정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번 제재 예외 인정으로 한국-이란 원화결제시스템이 유지되게 된 것은 우리 측 대 이란 수출 기업들에 희소식이다.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2010년 10월 도입한 원화결제시스템은 이란중앙은행(CBI)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양국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정유업체 등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우리 기업은 CBI 원화계좌에 원화로 수입대금을 입금하고 대 이란 수출기업은 CBI 원화계좌에서 원화로 수출대금을 수령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런 터에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고 그에 따라 원화 결제 시스템 운영이 중지되면 제재대상과 무관한 품목을 이란에 수출하는 업체들도 더 이상 이란과의 거래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판이었다.특히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 중 88.5%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원화 결제 시스템이 깨지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예외 인정을 받기까지 정부는 대미 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8일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탈퇴한 직후 우리 정부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관계관들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외교부는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을 대표로 하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미국을 상대로 한 설득에 나섰다.
6∼9월 한미 양국을 오가며 윤 조정관과 미 국무부 카운터파트 간의 협의가 3차례 이뤄졌다.
그러나 이란 유류 수출의 '씨'를 말리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 협의의 진전은 생각보다 더뎠다.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과 연계된 원화결제계좌를 통해 기업들이 대이란 수출 대금을 받는 만큼, 이 결제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완전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 하에 수입량 감축을 전제로 한 예외국 인정을 끈질기게 요구했다.이에 대해 미국 측은 이란의 석유판매수입 전면 차단이라는 '최대 압박' 기조를 바탕으로 예외국 인정을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던 탓에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장관 등 고위급에서 우리 입장을 미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위기에 처하면 한국과 그 분야에서 경쟁하는 제3국이 이익을 보게 되는데, 동맹국을 선의의 희생자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냐'는 논리도 동원했다.
결국 예외인정에 대한 한미 간 최종 합의는 지난달 29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통화에서 이뤄졌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국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미국은 이란에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와 함께 최대의 압박을 가하기를 원하지만, 석유에 의존하는 우방과 동맹국들에 해를 끼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일부 국가들에 대한 예외인정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미국의 예외 인정 공식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지난 주말 이란에 외교부 당국자를 파견해 '제재복원 이후' 문제를 논의했다.
당국자는 이란 외무부 차관보, 이란중앙은행 관계자 등을 만나 향후 양국의 교역을 유지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업계가 안도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 한미간에 합의한 구체적 수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상당량 감축해야 한다.
또 제도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란산 원유 수입 상황을 한미 양측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추가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미 설득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제재 복원에 이란이 '항전'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양측 간에 새로운 핵 합의가 조기에 도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도 우리 정부와 업계에 고민을 안기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그에 따라 미국이 더 강한 이란 압박에 나선다면 우리로서는 이란을 대체할 새로운 콘덴세이트 수입처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2015년 이란 핵 합의를 계기로 대이란 진출을 추진해온 우리 업체들도 진퇴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연합뉴스
美 예외적용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美-이란 타협 전망도 '안갯속'미국 정부가 5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오후 2시)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한 가운데 한국은 일단 예외를 인정받아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제재 예외가 인정됨으로써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 업계 다음으로 큰 몫을 책임지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대들보'에 해당하는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을 180일간(연장 가능) 제한된 물량으로나마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이란산은 약 13%로 그 자체도 상당하지만 원유 품목 중 이란산 콘덴세이트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 가운데 콘덴세이트가 74% 정도를 차지하며, 한국의 이란산 콘덴세이트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작년 기준 하루 평균 57만 배럴)의 53%에 달한다.2015년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 타결 후 대 이란 제재가 풀리고 한-이란 교역이 늘어나는 동안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우리 정유업계엔 '효자'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콘덴세이트 분해 장치가 주로 이란과 카타르 산에 맞춰져 있어 단기간에 대체 도입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는 이번 예외 인정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번 제재 예외 인정으로 한국-이란 원화결제시스템이 유지되게 된 것은 우리 측 대 이란 수출 기업들에 희소식이다.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2010년 10월 도입한 원화결제시스템은 이란중앙은행(CBI)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양국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정유업체 등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우리 기업은 CBI 원화계좌에 원화로 수입대금을 입금하고 대 이란 수출기업은 CBI 원화계좌에서 원화로 수출대금을 수령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런 터에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고 그에 따라 원화 결제 시스템 운영이 중지되면 제재대상과 무관한 품목을 이란에 수출하는 업체들도 더 이상 이란과의 거래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판이었다.특히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 중 88.5%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원화 결제 시스템이 깨지면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예외 인정을 받기까지 정부는 대미 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8일 이란 핵 합의(JCPOA)에서 탈퇴한 직후 우리 정부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관계관들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외교부는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을 대표로 하는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미국을 상대로 한 설득에 나섰다.
6∼9월 한미 양국을 오가며 윤 조정관과 미 국무부 카운터파트 간의 협의가 3차례 이뤄졌다.
그러나 이란 유류 수출의 '씨'를 말리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워낙 완강해 협의의 진전은 생각보다 더뎠다.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과 연계된 원화결제계좌를 통해 기업들이 대이란 수출 대금을 받는 만큼, 이 결제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완전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 하에 수입량 감축을 전제로 한 예외국 인정을 끈질기게 요구했다.이에 대해 미국 측은 이란의 석유판매수입 전면 차단이라는 '최대 압박' 기조를 바탕으로 예외국 인정을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던 탓에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장관 등 고위급에서 우리 입장을 미측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국 석유화학업계가 위기에 처하면 한국과 그 분야에서 경쟁하는 제3국이 이익을 보게 되는데, 동맹국을 선의의 희생자로 만들어서야 되겠느냐'는 논리도 동원했다.
결국 예외인정에 대한 한미 간 최종 합의는 지난달 29일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통화에서 이뤄졌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국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미국은 이란에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와 함께 최대의 압박을 가하기를 원하지만, 석유에 의존하는 우방과 동맹국들에 해를 끼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일부 국가들에 대한 예외인정 방침을 시사했다
한편, 미국의 예외 인정 공식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지난 주말 이란에 외교부 당국자를 파견해 '제재복원 이후' 문제를 논의했다.
당국자는 이란 외무부 차관보, 이란중앙은행 관계자 등을 만나 향후 양국의 교역을 유지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업계가 안도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선 한미간에 합의한 구체적 수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을 상당량 감축해야 한다.
또 제도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란산 원유 수입 상황을 한미 양측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추가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미 설득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제재 복원에 이란이 '항전'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양측 간에 새로운 핵 합의가 조기에 도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도 우리 정부와 업계에 고민을 안기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그에 따라 미국이 더 강한 이란 압박에 나선다면 우리로서는 이란을 대체할 새로운 콘덴세이트 수입처를 찾아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2015년 이란 핵 합의를 계기로 대이란 진출을 추진해온 우리 업체들도 진퇴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