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이냐 '정권교체'냐…다시 고삐 죈 美 이란제재 종착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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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트럼프 재선 실패 기대…2년간 '버티기' 시사5일로 현실화된 미국 대(對) 이란 제재 복원의 출발점은 2년 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다.그는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던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이란 핵합의를 '사상 최악의 협상물'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찢어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세간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됐지만 다자간 협상을 통해 성사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행을 보증한 핵합의를 실제로 탈퇴할 것으로 보는 이는 적었다.
그러나 그의 '공약'은 점점 실현 가능성이 커지더니 급기야 올해 5월 핵합의를 탈퇴한다고 선언하고 8월7일과 이달 5일 두 단계에 걸쳐 대이란 제재 복원을 강행했다.2016년 1월 핵합의 이행으로 완화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전면 원상복구 한 것이다.
현행 조건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없다는 게 핵합의 탈퇴의 명분이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핵합의를 확대하자며 재협상해야 한다고 이란을 압박했다.올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새로운 핵합의'에 포함돼야 할 조건으로 12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플루토늄 재처리 금지,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 활동 신고,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핵탑재 미사일 개발 중단,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이라크 군사 지원 중단, 억류 미국인 석방 등이었다.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축소·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기별 사찰을 허용하는 의무를 골자로 하는 현행 핵합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이다.미국은 이 가운데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아닌 탄도미사일과 중동 내 군사 개입 중단에 집중했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인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도저히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항복 문서'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 핵합의를 수정하는 재협상 테이블로 이란이 나오도록 하겠다면서 제재로 이란 경제를 최대한으로 압박한다는 전략을 구사한다.그러나 미국의 의도가 단지 핵합의 수정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무력화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12가지 조건에서 보듯 궁극적으로는 이란 정권의 교체까지 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단계 제재를 복원한 5일 "궁극적인 목표는 이란 정권이 현재의 혁명적인 행로(revolutionary course)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이란 정권은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든지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국시이자 신정일치 통치의 근간인 이슬람혁명 정신을 포기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곧 친서방 정권으로 교체와 이어진다.
종교국가 이란의 현 통치를 '비정상'으로 보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미국 보수파의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에도 이란의 최고 지도부를 가리켜 "고결한 성직자인 척하면서 이란 주민은 고통받도록 놔두면서 자신은 막대한 부를 챙긴 위선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이란 국민의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내 반체제 민중 봉기를 부추기기도 했다.
이란의 경제난이 미국의 제재로 심각해지면 결국 이란 국민이 정권을 전복하리라는 미국 정부의 기대섞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2015년 이란과 핵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웬디 셔먼 전 국무차관은 올해 5월 "현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접적이지는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조장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지도부에서도 미국의 제재 복원을 핵합의 수정을 위한 압력으로 보지 않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며 "미국 현 정부의 이란에 대한 정책은 지난 40년간 어느 정권보다 적대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번에 되살린 제재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이란 제재를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오히려 유럽과 중국, 러시아가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가 반감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런데도 이란에 진출한 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2012년보다 더 급속히 이란에서 빠져나간 것은 오바마 정부의 제재가 이란과 핵협상 개시를 목표로 삼았던 데 비해 트럼프 정부는 그보다 더 멀리 본다고 기업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핵합의 수정에 그치지 않고 이란을 경제 제재로 혼돈에 빠뜨려 정권교체, 또는 군사적 충돌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도 제재를 미국이 선전포고한 '경제전쟁'으로 보고 정권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미국의 제재를 버텨야 하는 이란 핵심부 역시 다른 방향에서 미국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로하니 대통령은 제재가 개시된 5일 대국민 연설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역사를 볼 때 국제법과 합의를 어긴 이나 인종주의자가 백악관에 입성한 적이 여태 없었다"며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트럼프의 임기가 하루빨리 끝나길 원하고 내가 만난 유럽 지도자들도 그렇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말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하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재개한 대이란 제재로 이란 경제가 타격받겠지만 2년여 뒤 미국의 정권이 핵합의를 성사한 민주당으로 교체되면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때까지 버티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연히 미국이 제재를 복원한 명분인 핵합의 재협상에도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이런 점에서 미국과 이란 모두 제재의 종착지는 서로 다른 의미지만 상대방의 정권교체라는 지점으로 수렴한다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
세간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됐지만 다자간 협상을 통해 성사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행을 보증한 핵합의를 실제로 탈퇴할 것으로 보는 이는 적었다.
그러나 그의 '공약'은 점점 실현 가능성이 커지더니 급기야 올해 5월 핵합의를 탈퇴한다고 선언하고 8월7일과 이달 5일 두 단계에 걸쳐 대이란 제재 복원을 강행했다.2016년 1월 핵합의 이행으로 완화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전면 원상복구 한 것이다.
현행 조건으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없다는 게 핵합의 탈퇴의 명분이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핵합의를 확대하자며 재협상해야 한다고 이란을 압박했다.올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새로운 핵합의'에 포함돼야 할 조건으로 12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플루토늄 재처리 금지,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 활동 신고,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핵탑재 미사일 개발 중단,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이라크 군사 지원 중단, 억류 미국인 석방 등이었다.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축소·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분기별 사찰을 허용하는 의무를 골자로 하는 현행 핵합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이다.미국은 이 가운데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아닌 탄도미사일과 중동 내 군사 개입 중단에 집중했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인 이란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도저히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항복 문서'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에 핵합의를 수정하는 재협상 테이블로 이란이 나오도록 하겠다면서 제재로 이란 경제를 최대한으로 압박한다는 전략을 구사한다.그러나 미국의 의도가 단지 핵합의 수정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무력화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12가지 조건에서 보듯 궁극적으로는 이란 정권의 교체까지 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단계 제재를 복원한 5일 "궁극적인 목표는 이란 정권이 현재의 혁명적인 행로(revolutionary course)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이란 정권은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든지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국시이자 신정일치 통치의 근간인 이슬람혁명 정신을 포기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곧 친서방 정권으로 교체와 이어진다.
종교국가 이란의 현 통치를 '비정상'으로 보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미국 보수파의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7월에도 이란의 최고 지도부를 가리켜 "고결한 성직자인 척하면서 이란 주민은 고통받도록 놔두면서 자신은 막대한 부를 챙긴 위선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이란 국민의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 내 반체제 민중 봉기를 부추기기도 했다.
이란의 경제난이 미국의 제재로 심각해지면 결국 이란 국민이 정권을 전복하리라는 미국 정부의 기대섞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2015년 이란과 핵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웬디 셔먼 전 국무차관은 올해 5월 "현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접적이지는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조장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지도부에서도 미국의 제재 복원을 핵합의 수정을 위한 압력으로 보지 않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며 "미국 현 정부의 이란에 대한 정책은 지난 40년간 어느 정권보다 적대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번에 되살린 제재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이란 제재를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
오히려 유럽과 중국, 러시아가 이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효과가 반감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런데도 이란에 진출한 외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2012년보다 더 급속히 이란에서 빠져나간 것은 오바마 정부의 제재가 이란과 핵협상 개시를 목표로 삼았던 데 비해 트럼프 정부는 그보다 더 멀리 본다고 기업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핵합의 수정에 그치지 않고 이란을 경제 제재로 혼돈에 빠뜨려 정권교체, 또는 군사적 충돌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도 제재를 미국이 선전포고한 '경제전쟁'으로 보고 정권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미국의 제재를 버텨야 하는 이란 핵심부 역시 다른 방향에서 미국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로하니 대통령은 제재가 개시된 5일 대국민 연설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역사를 볼 때 국제법과 합의를 어긴 이나 인종주의자가 백악관에 입성한 적이 여태 없었다"며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트럼프의 임기가 하루빨리 끝나길 원하고 내가 만난 유럽 지도자들도 그렇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간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말 대선에서 연임에 실패하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재개한 대이란 제재로 이란 경제가 타격받겠지만 2년여 뒤 미국의 정권이 핵합의를 성사한 민주당으로 교체되면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때까지 버티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연히 미국이 제재를 복원한 명분인 핵합의 재협상에도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이런 점에서 미국과 이란 모두 제재의 종착지는 서로 다른 의미지만 상대방의 정권교체라는 지점으로 수렴한다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