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오케스트라 아닌 재즈밴드 돼야…각자 변주하며 목표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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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2018 - 미래를 여는 도전“넷플릭스는 ‘오케스트라’라기보다 ‘재즈밴드’ 같은 조직입니다. 둘 다 리더가 있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지만 재즈밴드는 하나의 테마에 따라 각자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오케스트라는 지휘와 악보에 맞춰 모든 연주가 동시에 이뤄집니다.”
■ 특별대담 - 제시카 닐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
오케스트라는 지휘·악보 맞춰 모든 연주 동시에 이뤄지지만
재즈밴드는 하나의 테마에 각자 자유롭게 연주하게 허용
리더의 역할은 통제 아닌 코칭
일의 맥락·정보 제공하고 직원 스스로 결정하게 도와야
넷플릭스의 인사원칙은 '드림팀' 최고인재 영입
평범하면 방출…야구팀처럼 계속해서 트레이딩
인센티브 미리 정해 놓으면 새로운 일 대신 안전한 일 선택
변화의 속도 늦출 가능성
제시카 닐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CTO)는 6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특별대담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1997년 DVD 우편배송 회사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기업, 다시 세계 최대 콘텐츠기업으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같은 기업문화가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넷플릭스는 세계 190여 개국에서 1억37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리더 역할은 ‘통제’ 아니라 ‘코칭’
닐 CTO는 “리더가 해야 할 일은 통제가 아니라 코칭”이라며 “일의 맥락과 정보를 제공해 직원들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이란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재능있는 인재를 채용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그 결과는 넷플릭스가 누릴 수 있다”며 “직원이 규칙과 프로세스 없이 마음껏 혁신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회사는 성장하면서 새로운 규칙을 세워 직원을 관리하지만 넷플릭스는 그 반대라는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직원이 휴가를 얼마나 쓰는지, 언제 출퇴근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직원들의 비용 지출을 관리하는 원칙도 ‘넷플릭스에 유리하게 행동하라’는 한마디뿐이다. 대신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닐 CTO는 “우리는 ‘드림팀’을 운영하기 위해 야구팀처럼 계속 트레이딩한다”며 “평범한 성과를 낸다면 언제든 이별을 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닐 CTO는 2006년 넷플릭스에 합류해 기업문화 형성에 기여했다. 2013년부터 온라인 공개강좌(MOOC) 플랫폼 코세라와 모바일게임업체 스코플리에서 인적 자원(HR) 분야를 담당했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로 복귀해 10월부터 CTO를 맡고 있다.
인센티브가 변화 속도 늦춘다
넷플릭스가 직원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것도 직원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닐 CTO는 “넷플릭스는 항상 시장 최고의 보상을 하고 있다”면서도 “넷플릭스처럼 끊임없이 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인센티브는 오히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일을 잘해야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직원들이 생각하면 새로운 일을 하는 대신 안전한 일을 택해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며 “인센티브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이 있을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을 때 더 훌륭한 성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어떤 인재를 선호하는가”란 질문에는 스킬과 스펙 대신 자질에 주목한다고 답했다. 그는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리는지, 모호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잘 관리하는지, 스스로 관리하고 성찰하는지, 스스로를 비판하고 성장할 역량이 있는지 살펴본다”며 “특히 넷플릭스처럼 끊임없이 바뀌는 비즈니스를 하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신있게 내놓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닐 CTO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설명하면서 ‘진화’란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인재도, 문화도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년 또는 1년 반마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와 인사철학을 담은 문서인 ‘컬처 메모’를 수정한다”며 “모든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수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모든 기업에 맞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직원들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은 어떤 기업과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우/추가영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