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硏 KDI가 정부에 각 세우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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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자유롭고 보수성향 많아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 4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춰 잡는 등 정부의 ‘희망 사항’과 동떨어진 경기 진단을 내놓는 일이 최근 들어 잦아졌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 입장의 분석 보고서도 거침없이 내놓고 있다.
과거 정부 때도 다른 주장 펼쳐
기획재정부는 작년 말 KDI에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가 ‘혼쭐’이 났다. KDI가 “영세 서비스 사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KDI의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다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KDI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며 “경고를 무시했다가 고용 참사를 불렀다”는 비판을 받았다.올해 6월에는 KDI에서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 달성을 위해 내년과 후년에도 최저임금을 15%씩 올리면 2019년 9만6000개, 2020년엔 14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KDI는 9월에도 “취업자 수 증가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 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라며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또다시 날선 비판을 했다.
전문가들은 KDI가 정부 비판적인 시각의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는 데 대해 국책연구기관이면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연구 풍토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한 KDI 출신 인사는 “연구자의 지위가 대체로 안정적인 데다 치열한 내부 토론 과정을 거치다 보니 연구에 외부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며 “보수성향 학자들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KDI는 과거 정부 때도 정부 정책과 결이 다른 주장을 펼치곤 했다. 2016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완화할 때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LTV, DT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