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저평가 우량주' 히어로즈에 베팅…5년내 대박 노린다

'히어로즈' 품은 키움증권

'키움 히어로즈' 내년 출범
年100억 투자하는 키움증권…증권사 최초 프로야구단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등 브랜드 마케팅 효과 노려

'언더독'들의 대담한 만남
넥센과 결별한 히어로즈…든든한 스폰서 '천군만마'
박병호·서건창 등 스타 건재…"내년에도 충분히 4강권"
박병호
키움증권이 5년간 500억원 후원 조건으로 히어로즈의 ‘간판’을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 이름을 내건 프로 스포츠팀은 ‘키움 히어로즈’가 처음이다. 키움증권은 야구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사업과 ‘키움’ 브랜드를 널리 알린다는 전략이다. 히어로즈가 지니고 있는 강자에 맞서는 ‘언더독(약자)’ 이미지와 온라인 증권사에서 출발해 자기자본 규모 9위 증권사로 큰 키움증권의 성장 스토리가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언더독’ 이미지 닮은꼴키움증권은 6일 히어로즈구단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00억원(연간 100억원) 규모의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진출 등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따로 있다.

모기업 이름을 팀명으로 하는 다른 프로야구단과 달리 개인주주들이 소유한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를 팀명으로 사용한다. 2008년 우리담배와 첫 스폰서 계약을 맺은 히어로즈는 2010년부터 넥센 타이어를 메인 스폰서로 맞아 올해까지 9년간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뛰었다. 히어로즈는 모기업의 재정 지원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013년 이후 여섯 시즌 가운데 다섯 차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등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가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법정구속되고, 선수 두 명이 성폭행 혐의에 연루되면서 넥센과 사이가 벌어졌다. 넥센이 시즌 도중 후원금 지급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야구팬들은 키움증권과의 계약을 반기는 분위기다. 넥센 이후 계약하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속을 태우던 상황에서 든든한 후원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진짜 장기계약 잘했다. 5년 안에 우승해보자”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키움증권의 작년 순이익은 2416억원으로 넥센타이어(1254억원)의 약 두 배다. 넥센이 2010년 이후 2~3년씩 재계약을 연장한 것과 달리 키움증권은 처음부터 5년 5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일부 팬은 키움증권의 유명한 온라인주식거래 플랫폼 이름이 ‘영웅문(히어로 게이트·hero gate)’이란 점을 들어 ‘천생연분’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히어로즈는 ‘저평가 우량주’

증권가는 키움증권의 ‘통 큰’ 결정에 놀라는 분위기다. 키움증권이 그동안 홍보와 마케팅 등에 큰돈을 쓴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치밀한 전략 아래 움직이는 키움증권이 500억원이라는 적잖은 금액을 내놓은 것을 보면 확실한 투자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는 그동안 주로 골프를 후원해왔다. 하지만 온라인 증권사로 출발해 성장해온 키움증권은 골프보다 프로야구에 주목했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주 고객층이 골프보다 야구에 더 관심을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잠실·고척), 부산(사직), 광주, 대구 구장 등에서 옥외광고를 해오던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브랜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생겼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은 “주식 투자자 외에 일반 대중은 아직 키움 브랜드를 잘 모른다”며 “더 많은 금융 소비자에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히어로즈가 ‘저평가된 우량주’라 키움증권이 베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히어로즈는 다른 구단이 부러워하는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등 흥행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홈런왕’ 박병호와 서건창이라는 스타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이정후 김혜성 최원태 주효상 등 미래를 이끌어 갈 유망주도 많다. 히어로즈 특유의 ‘투지’까지 더하면 내년에도 충분히 4강권에 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