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삼성 노조의혹' 수사 부실…영장 기각률 80%

前 고용부 차관 등 잇단 기각
법원 "소명 자료 매우 부족" 이례적 표현
노조 등에 업은 檢수사 잇딴 난관
법원 '불법파견'무죄 판결에도 노조 고발에 또 수사
고용부 '행정 판단'에 직권남용 적용 논란
검찰내 공안라인 배제도 수사에 걸림돌
2차 수사도 용두사미 될 듯
삼성전자서비스 등 삼성그룹 계열사의 노조 와해 의혹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이 또다시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9월27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이번엔 배후를 캐겠다”며 수사를 확대한 검찰이 40여일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채 주춤하는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노동조합의 고발 내용대로 결론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수사한 데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일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은폐 의혹을 받는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과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들 사이의 공모나 관여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 소명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 소명이 매우 부족하다고 언급한 건 이례적”이라며 “검찰로선 치욕”이라고 평가했다.삼성 노조와해 의혹 사건과 관련한 영장 기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3일 윤모 삼성전자서비스 상무 등 전현직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6개월간 전담 수사팀(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의 영장 기각률은 78%에 달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18명의 피의자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평균 영장 기각률(23%)을 압도한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의 구속영장 기각률(50%)보다도 높다.

검찰은 9월 말 종료된 1차 수사에서 삼성 본사와 계열사의 공모 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당했다.

2차 수사 역시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이 이미 민사소송에서 불법파견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적이 있는 데다 고용부의 행정 판단을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법리 해석 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검찰내 전통 공안라인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수사가 어려워진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지난해 1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실체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불법파견에 대한 의견은 고용부 내에서도 엇갈린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리업종은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감안해 불법파견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일선 감독관들의 불법파견 판단을 윗선이 뒤집었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고용부내에서도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견해가 많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고용부 고위층이 삼성측과 협의해 불법파견 요소를 해소토록한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감독기관과 피감기관간 소통이 강조되는 분위기인데, 문제점을 지적해 해소를 요구한 행정적 행위를 범죄라고 보기 애매하다”고 밝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의 행정 판단이 특정 단체의 의견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검찰 인사에서 과거 대공 노동 선거 등 분야에서 활약해온 전통 공안 전문 검사들이 배제되고 있는 것도 삼성 노동 사건에서 수사 성과가 높지 않은 이유라는 분석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그동안 검찰 공안라인들이 요직에서 베재되면서 이번 수사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안대규/고윤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