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후임에 김수현' 비토론…문대통령 고심 깊어지나

야권의 강한 거부감에 여권 일각서도 '부적절' 지적
청와대가 경제정책 '투톱'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굳혔다고 알려진 가운데 특히 장 실장의 후임을 찾는 데 더욱 고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김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해 임종룡·신제윤·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조윤제 주미대사 등이 거론되는 반면, 장 실장의 후임으로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정도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후임 하마평에 대해선 별다른 거부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정책실장 후임에 김 수석이 일 순위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비토'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부총리는 유임돼도 괜찮다는 견해를 밝히며 장 정책실장으로 경질 대상을 집약하고 나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심은 한층 깊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후임 정책실장은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야권의 공세를 극복하고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관철할 수 있는 무거운 책무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의 정책 입안에 핵심 역할을 해온 김 수석이 장 정책실장에게 바통을 받을 인사로 제격이라는 판단이 따르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김 수석이 정권 출범 후 사회수석으로서 관장한 각종 정책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거라는 지적이 있다.9·13 대책 이후 그 기세가 진정됐다고는 하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남 등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고 대학 입시정책 혼란 등 교육 정책 때문에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

탈원전 정책 관할 부서가 최근 사회수석실에서 경제수석실로 변경된 것을 두고도 청와대는 '김 수석에게 업무 부담이 실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원전 정책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고조된 데 따른 문책성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는 직설적으로 김 수석이 정책실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6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수석이 정책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을 두고 "김 수석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주창자나 다름없다"면서 "최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김수현 비토론'이 나온다는 점은 특히 청와대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5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수석은 경제학이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실장을 맡기에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정책실이 하는 일이 3분의 2가 경제고 국내 정책의 3분의 2가 경제여서 경제를 모르는 분은 정책실장을 맡기가 사실 곤란하다"고 짚었다.

김 수석은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도 행정학을 전공했다.

이런 비판이 확산할 경우 문 대통령 역시 김 수석을 정책실장으로 발탁하는 데 한 번 더 고민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다만, 청와대 참모는 국정철학 이해가 깊고 대통령과의 호흡이 발탁의 주요 기준이 될 수 있기에 문 대통령의 선택이 그런 비토론에 얼마나 영향받을는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