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단말기 가격 안떨어지면?…'무조건' 완전자급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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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이동통신시장 구조 개혁 취지 공감“우리가 여태 2G 시대부터 5G 시대까지 통신서비스·단말기 묶음판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대안'없는 완전자급제 법제화 경계해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이 6일 '완전자급제 2.0 제정법'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말로 완전자급제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장소까지 분리해야 한다는 '강력한'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뒤였다.정치권에서 연일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완전자급제 법제화를 주장하면서 찬반이 뜨겁다.
김성태 의원을 포함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는 있지만,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우선 반응은 뜨겁다. 김성태 의원실이 공개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완전자급제를 찬성하는 비율은 72%에 육박한다.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이동통신시장이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리베이트 경쟁, 횡행하는 고가 단말에 고가 요금 끼워 팔기, 연간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 등으로 시장은 이미 혼탁해졌다.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이르는 말)이 되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할 정도다.
이 상황을 본다면 완전자급제 법제화는 꼭 필요해 보인다. 다만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양면성을 지니듯, 완전자급제 또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선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단말기 값을 따로 계산하기 때문에 제조사간 자율 경쟁으로 단말기 값이 낮아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생각이다.전날 김성태 의원의 완전자급제2.0 제정법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질문이 나왔다.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의원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을 의심한다” 혹은 “일반적인 논의 수준이 아니다”등의 말을 섞어 답변을 했다.
과연 의심하지 않아도 될 질문일까. 현재 상황을 보면 마냥 낙관하기 힘들어 보인다. 국내 단말기 시장 구조가 이미 고착화된 데 그 이유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390만 대를 출하해 65.3%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는 애플로 16.7%(100만 대)였고 LG전자가 12.2%(70만 대)로 뒤를 이었다. 3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5.8%(40만 대)에 그쳤다.
삼성과 LG가 사실상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고, 해외 제조사인 애플은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단말기 제조사간 경쟁으로 단말기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산 단말기가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점유율을 보면 이마저 쉽지 않다.또 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의 일자리 문제도 생긴다. 현재 국내 통신사 대리점, 판매점에서 일하는 인력은 약 6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의 실업 문제와도 연관되는 상황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제화가 여러모로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도 완전자급제 법제화를 강하게 밀어 붙이기보다는 자급제폰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완전자급제 스마트폰을 내년까지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단말기 제조사 관계자와 면담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강력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완전자급제 법제화는 아쉽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를 현재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이후 제조사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란 말은 희망적인 낙관에 불과하다”며 “또 다른 피해는 없을지, 통신비 인하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고민과 논의가 우선돼야한다”고 꼬집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