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익 中企에 나눠줘라?…"국내 투자 줄이고 해외서 돈 벌라고 내모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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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하고 나서면서다. 기업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사적 이익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나누자는 것으로,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규제여서다. 대기업마다 수백~수천개에 이르는 협력사들의 매출 및 영업이익 기여도를 측정하고, 배분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쏟아진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을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일 뿐”이라며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나가 돈을 벌라고 내모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①법제화 근거 있나정부와 여당이 법제화에 나선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정한 목표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도 도입 여부는 자율에 맡길 것이며 제도를 법제화하는 이유는 협력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제 혜택이나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취지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법제화가 되면 정부가 인센티브 지원을 위해 기업을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구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막상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기업의 동참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입법 근거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된 적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정책팀장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봐도 기업의 사적 이익을 나누기 위한 입법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자본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제도란 지적도 있다.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을 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자본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공개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한경연이 최근 서울 소재 대학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협력이익공유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6%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합한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②현실성 논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리와 환율, 유가 등 대내외 변수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기업이 함께 목표 매출이나 이익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려면 협력사들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처럼 수천~수만 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어떤 협력사에 얼마를 줘야 할지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목표 매출이나 이익을 미리 설정한다고 해도, 이를 공개하는 건 기업 경영전략을 노출시키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2만개인데 이와 관련된 협력사들과 매출, 영업이익 목표를 세우고 기여도를 측정하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협력이익공유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되레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협력사들의 기여도를 측정하려면 협력사의 원가 정보가 필요한데, 협력사로서는 이를 공개하는 게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기업과 협력사간 기여도 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및 경영간섭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여도 측정과 이익 배분을 놓고 대중소기업간 법정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기업의 혁신 및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란 우려도 이어진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이익까지 나누라고 하면 어느 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더 짓겠느냐”며 “해외로 나가란 말 아니냐”고 되물었다.③중소기업에 도움 되나
중소기업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대기업의 참여 강요보다는, 기업 사정에 맞게 자율적인 도입과 우수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입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일각에선 협력이익공유제가 시행되면 중소기업간 양극화만 조장할 것이란 주장도 내놓는다. 국내 전체 중소기업 중 대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은 약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 협력사에만 특혜를 주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팀장은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해외 납품에 주력해온 강소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역차별을 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④국제 협정 위반 논란
재계에선 국제 협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해외 기업들까지 이익 공유를 주장하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 국내 협력업체들과만 이익을 공유하면, 국내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 협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WTO는 통상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모든 행위를 막고 있다”며 “보조금에서 외국 기업이 배제된다면 제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일정 기금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출연해야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기업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대기업의 출연금 갹출을 요구하면 미르나 K스포츠재단 설립 때 돈을 요구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장창민/이우상 기자 cmjang@hankyung.com
①법제화 근거 있나정부와 여당이 법제화에 나선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정한 목표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도 도입 여부는 자율에 맡길 것이며 제도를 법제화하는 이유는 협력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제 혜택이나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줄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취지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법제화가 되면 정부가 인센티브 지원을 위해 기업을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구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막상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기업의 동참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입법 근거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된 적이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정책팀장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봐도 기업의 사적 이익을 나누기 위한 입법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자본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제도란 지적도 있다.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을 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자본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공개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한경연이 최근 서울 소재 대학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협력이익공유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6%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합한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②현실성 논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리와 환율, 유가 등 대내외 변수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기업이 함께 목표 매출이나 이익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려면 협력사들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처럼 수천~수만 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어떤 협력사에 얼마를 줘야 할지를 산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목표 매출이나 이익을 미리 설정한다고 해도, 이를 공개하는 건 기업 경영전략을 노출시키는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2만개인데 이와 관련된 협력사들과 매출, 영업이익 목표를 세우고 기여도를 측정하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협력이익공유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날을 세웠다.
되레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협력사들의 기여도를 측정하려면 협력사의 원가 정보가 필요한데, 협력사로서는 이를 공개하는 게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기업과 협력사간 기여도 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 및 경영간섭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여도 측정과 이익 배분을 놓고 대중소기업간 법정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기업의 혁신 및 투자 의지를 꺾을 것이란 우려도 이어진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이익까지 나누라고 하면 어느 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더 짓겠느냐”며 “해외로 나가란 말 아니냐”고 되물었다.③중소기업에 도움 되나
중소기업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협력이익공유제가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대기업의 참여 강요보다는, 기업 사정에 맞게 자율적인 도입과 우수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입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일각에선 협력이익공유제가 시행되면 중소기업간 양극화만 조장할 것이란 주장도 내놓는다. 국내 전체 중소기업 중 대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은 약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 협력사에만 특혜를 주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팀장은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해외 납품에 주력해온 강소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역차별을 받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④국제 협정 위반 논란
재계에선 국제 협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해외 기업들까지 이익 공유를 주장하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이 국내 협력업체들과만 이익을 공유하면, 국내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 협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WTO는 통상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모든 행위를 막고 있다”며 “보조금에서 외국 기업이 배제된다면 제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일정 기금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출연해야 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기업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대기업의 출연금 갹출을 요구하면 미르나 K스포츠재단 설립 때 돈을 요구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장창민/이우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