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 이제는 강북 아파트 보다 못한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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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 富 상징이었지만‘부의 상징’으로 꼽혔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타워팰리스는 200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명성을 날렸지만 최근엔 강북 새아파트값에도 밀리고 있다. 타워팰리스 아파트값이 도곡동 평균 아파트값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중산층이 거주하는 평범한 주거시설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곡동 평균 매매가격에도 못 미쳐
◆“타워팰리스는 중산층용 아파트”2004년에 완공한 타워팰리스는 국내에서 최초로 건설된 초고층 주상복합이다. 42층 1동, 55층 2동, 59층 2동, 65층 1동, 73층 1동 등 총 7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주택형은 공급면적 기준으로 92~327㎡(전용면적 69~244㎡) 크기다. 입주 초기 유명 연예인과 경제인, 정치인 등 저명인사들이 대거 입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가장 큰 공급면적 327㎡(전용 244㎡) 공시가격이 40억16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06년 최고가를 찍은 이후 계속 아파트값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주변 일반 아파트들이 대부분 타워팰리스 가격을 제쳤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타워팰리스1차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3735만원으로, 도곡동 아파트 평균 시세인 4079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타워팰리스1차 공급면적 161㎡(옛 49평형)의 호가는 21억원이다.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 149㎡는 34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도곡삼성래미안 158㎡도 2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도곡렉슬 167㎡는 30억원까지 매물로 나와 있다.
타워팰리스1차 112㎡(옛 34평형)의 호가는 17억원이다. 래미안대치팰리스 113㎡의 호가는 27억원이다. 10억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근 도곡삼성래미안 115㎡도 21억원대다. 도곡렉슬 111㎡(전용 84㎡)도 21억2500만원을 호가 중이다.
타워팰리스 가격은 주변 다른 아파트값 급등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야 겨우 상승흐름을 보였다. 2006년 11월 17억3500만원으로 KB부동산 시세 최고가를 찍었던 타워팰리스1차 공급면적 161㎡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인 2014년 14억원대로 하락했다. 이후 가격 상승 없이 14억원대를 유지하다 올해 들어 17억원대로 재진입했다. 지난달 기준 17억7500만원을 찍었다. 반면 2006년 11월 타워팰리스와 비슷한 가격(17억2500만원)이었던 압구정동 현대1차 141㎡는 2013년 13억5000만원까지 떨어진 뒤 2014년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2016년 9월 19억원대 진입했고, 지난 10월에는 26억원으로 올라왔다.◆강북 주상복합에도 밀린 타워팰리스
올해 서울 전역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강북에서도 타워팰리스를 뛰어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용산구와 성동구, 교통이 편리한 마포구와 종로구 등의 아파트들이다.3년 전인 2015년 8월 입주한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165㎡는 지난 8월 30억원에 실거래됐다. 최근 호가는 33억원에 형성돼 있다. 반면 타워팰리스1차 161㎡ 로얄층의 호가는 21억원이다. 용산동5가 주상복합 파크타워(2008년 입주) 127㎡는 최근 18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이에 반해 타워팰리스2차 123㎡는 지난 8월 1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공급면적 112㎡ 전후 주택형 가격도 강북 새 아파트들에 따라잡혔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강북 최고가 아파트인 종로구 경희궁자이 2·3단지의 111㎡형 호가는 17억원에 형성돼 있다. 타워팰리스2차 123㎡ 호가는 14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숲 트리마제 128㎡는 27억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지난 7월에는 23억5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재건축 기대난망
부동산업계에서는 타워팰리스가 15년차를 넘어가면서 신규 아파트들에 평면, 전용률 등에서 밀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는 전용률(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이 71~73%대로, 일반 아파트 전용률 보다 7~8%포인트 낮다. 타워형 설계여서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창문을 통한 환기가 어렵고, 냉·난방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상업지역에 용적률 900%를 초과해 지은 터라 향후 재건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약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없다보니 매매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며 “시세 차익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타워팰리스와 같은 1세대 주상복합과 달리 2세대 주상복합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용산, 성수동 등에서 최근 지어지고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1세대 주상복합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스테리움 용산’의 전용률은 78~79.1%로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분양한 성수동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도 80%에 가까운 전용률을 적용했다. 또 판상형 설계를 늘리고, 환기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1세대 주상복합의 문제점을 개선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