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BO 환영받지 못한 '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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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수 증권부 기자 bebop@hankyung.com키움증권은 지난 6일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발표했다. 5년간 500억원 조건이었다. 넥센타이어와의 계약 만료로 히어로즈의 재정 문제를 걱정하던 야구 팬들은 환영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유감을 밝혔다. 리그 최고 축제인 한국시리즈 기간에 발표해 팬들의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이 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무국 차원에서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경고 조치 등 제재 가능성도 열어뒀다.KBO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키움증권과 히어로즈는 최대한 빨리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 스폰서십 체결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발표가 필요했다. 키움증권은 시가총액 1조8000억원이 넘는 상장사다. 2002년 11월 도입된 공정공시제도에 따르면 상장사는 실적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최대한 빨리 주주들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 줄 의무가 있다.
KT 위즈는 올해 준플레이오프 도중 두산의 이강철 수석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도 포스트시즌 기간에 감독을 교체했다. KBO는 당시 흥행에 미칠 영향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장석 전 대표의 징계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온 히어로즈와 KBO의 불편한 관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난처해진 건 키움증권이다. 히어로즈에 500억원 후원이라는 ‘통 큰’ 계약을 안기고도 KBO와 초면부터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키움증권은 5년 장기계약을 통해 프로야구계의 오랜 고민을 덜어줬다. 대기업 주주 지원이 없는 히어로즈가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했다면 10개 구단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정운찬 KBO 총재는 올해 취임사에서 ‘프로야구의 자립과 산업화’를 내세웠다. 히어로즈는 모기업 없이도 흑자를 내며 프로야구단이 자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구단이다. 여기에 힘을 보탠 키움증권이 야구계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면 KBO가 강조하는 프로야구의 자립과 산업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