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일방통행에 불편했던 EU, 美중간선거 결과 내심 환영

EU 관리들 SNS에서 "美 유권자 선택에 고무돼"·"대단한 성공"
EU 차원 공식입장 표명없이 신중 대처…투스크·융커도 '침묵'
유럽연합(EU)은 지난 6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8년 만에 미국 의회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등 선전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데 대해 7일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였다.EU는 작년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대(對)유럽·대(對)EU 정책에 대해 불편해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을 높게 평가하며 제2, 제3의 브렉시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추기는가 하면,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에서 일방탈퇴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비준을 거부해 EU와 마찰을 빚어왔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기반으로 70여 년간 유지해온 안보동맹 파기를 언급하며 유럽국가들에 방위비 지출 증액을 압박했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EU에 무역전쟁 위협을 가하는 등 협력보다는 분쟁을 유발하는 행동을 일삼아 양측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아왔다.이런 가운데 미국 중간선거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변화가 오기를 기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EU 차원에서는 7일 오전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신중하게 대처했다.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나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도 미국 선거 결과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다만 일부 EU 관리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2인자인 프란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공포보다 희망, 무례함보다 공손함, 인종차별주의보다 포용, 차별보다 평등을 선택한 미국 유권자들에게 고무됐다"면서 "그들(미국 유권자)은 그들의 가치를 위해 떨쳐 일어났고,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중도좌파 진영의 선거운동을 이끌고 있다.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피에르 모스코비치 경제담당 집행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대단한 성공'이라고 언급한 것을 패러디해 민주당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공화당의 막강한 게리맨더링(특정정당이나 후보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조정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8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의회 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옳다.

오늘 밤 대단한 성공이다"라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