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중간선거 다음날 '협치' 말하면서도 '기싸움' 벌인 트럼프와 펠로시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예상대로 민주당이 8년만에 하원 탈환에 성공했지만, 상원에선 공화당이 의석 수를 예상보다 늘리며 선전했습니다. 중간선거 성적표를 받아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하원 의장이 유력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각각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둘 다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상대방을 견제하며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1시간30분 넘게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협치를 제안한 셈입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 사회기반 시설, 무역, 의약품 가격 인하 등(의 이슈에 대해)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중간선거 전 자신이 제안한 ‘중산층 10% 감세’에 대해서도 “나는 감세 지지자(big fan)”라며 민주당과 협력을 위해서라면 구체적인 방안은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하지만 민주당이 소환장 발부, 문서 조사 등을 통해 자신이나 자신의 행정부를 파헤친다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에도 “민주당이 하원 차원에서 우리를 조사하겠다며 혈세를 낭비할 생각이라면 우리도 마찬가지로 모든 기밀정보 유출과 그외 사항에 대해 그들을 조사하는 걸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썼습니다. 또 자신의 핵심 어젠다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립에 대해서 필요하다며 연방정부 셧다운(폐쇄)까지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펠로시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나라를 통합하려고 한다”며 초당적 협력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2006년 자신이 처음 하원 원내의장을 맡았을 때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원만히 협치를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금융 관련 문제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조사 가능성에 대해선 “(하원은)헌법적 감독 책임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또 “(민주당은)조사와 관련 마구잡이식으로 하지 않는다”며 “만약 우리가 그 길을 간다면(조사한다면) 우리가 뭘 하는지 알거고, 올바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할 핵심 과제로는 건강보험을 제일 먼저 꼽았습니다. 그는 “어제 (중간선거의)최대 승자는 미국인을 위한 건강보험”이라며 “건강보험료와 처방약 가격을 낮추고 (미국인의)임금을 올리며 부패를 청산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막판 이민자 문제에 주력한데 반해 민주당은 중간선거 초기부처 건강보험을 이슈로 삼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대표의 기자회견은 중간선거 직후 서로 승리를 주장하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대단한(tremendous) 승리”라고 자평한데 이어 이날도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상원의석을 늘린 건 “역대 선례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난주에 (내가 참여한)11번 선거 지원 유세 중 9곳에서 이겼다”며 “이런 유세가 블루웨이브(민주당 물결)를 멈추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펠로시 대표도 전날 밤 하원 탈환이 유력해지자 “내일은 미국에 새로운 날이 열릴 것”이라며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어느 한쪽도 ‘압승’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권력 구조를 만들어놨습니다. 우선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인 하원에서 이기고 주지사 자리를 늘렸지만, 블루웨이브는 기대보단 약했습니다. 게다가 상원에선 공화당이 예상보다 의석 수를 더 늘렸습니다. 친민주당 성향의 뉴욕타임스조차 이날 사설에서 “블루웨이브가 아니라 블루 리플(잔물결)”이라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중간선거에서 상원 의석수를 늘리며 비교적 선전했습니다. 자신의 득표력을 과시한데다, 공화당을 ‘트러프당’으로 바꿔놓으며 2020년 재선에 한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하지만 미국인 56%가 전날 CNN 출구조사에서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 답한 것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분열과 갈등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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