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플랫폼·크라우드…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다

공병호의 파워독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판단이 인간의 판단 빠르게 대체할 것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은 교통·숙박 같은 업종에 급속 확산
기계 스스로 문제 풀고 배우고 발전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

머신·플랫폼·크라우드
앤드루 맥아피 / 에릭 브린욜프슨 지음 / 청림출판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린욜프슨이 함께 쓴 《제2의 기계시대》를 인상 깊게 읽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새롭게 내놓은 책 《머신·플랫폼·크라우드》(청림출판)는 경제 분야를 재편하고 있는 세 가지의 거대한 추세를 다루고 있다. 복잡한 현상을 진단하고 전망할 때 저자들은 자기 나름의 특별한 렌즈를 갖고 현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 책에서 사용한 렌즈는 기계와 플랫품, 그리고 군중이다. 기업과 산업은 현명하게 기계, 플랫폼, 군중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마음, 생산물, 그리고 핵심 역량을 제시한다. 제법 분량이 있는 책이긴 하지만 책의 구성은 ‘현상-대응’이란 도식으로 잘 조직화돼 있다. 1부는 마음과 기계, 2부는 생산물과 플랫폼, 3부는 핵심 역량과 군중으로 구성했다. 각 장마다 핵심을 요약 정리해 놓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1장 제목인 ‘우리가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것’은 시사적이다. 정보화 시대에 전 세계 기업들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분업이 매우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런 분업이 허물어져 내리고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판단 내리는 것이 인간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증거가 도처에서 입증되고 있다. 점점 인간이 내리는 결정과 판단, 예측은 알고리즘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다만 디지털 기술은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공감, 지도력, 협동, 지도 등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저자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도의 사회적 기능은 고도의 정량적 기능보다 더욱 가치를 지니게 될 수 있다”며 “사회적 기능과 정량적 기능을 결합한 능력은 최고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서술한다.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은 물리적 상품과 서비스를 다루는 운동, 교통, 숙박 같은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은 디지털 플랫폼 확장 움직임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는 산업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가장 활발한 곳에 속한다.한편으로는 핵심 역량을 인정받은 전문가가 자격증도 없고 기존의 기준으로 보면 경험도 없는 군중의 구성원들에게 뒤처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는 문제 해결과 관련된 지식이 문제 자체로부터 멀리 떨어진 영역에서 나올 때가 잦기 때문이다. 군중은 이제 핵심 역량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됐다. 기존 기업들도 군중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끝으로 ‘제2의 기계시대’는 1단계와 2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두 가지는 전적으로 다르다. 기계 스스로 문제를 푸는 법을 배우고 발전하는 2단계는 2010년대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마음과 기계, 생산물과 플랫폼, 핵심 역량과 군중이 빠르게 합쳐지면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시대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