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화문 연가', 사운드·영상·의상 완성도 더 높여…명곡·감동 스토리에 마음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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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과 함께 풍성한 연말지난해 연말 공연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10만 관객이 든 뮤지컬이 있다. 국내 대표 주크박스 뮤지컬로 꼽히는 ‘광화문 연가’다. ‘사랑이 지나가면’부터 ‘소녀’ ‘기억이란 사랑보다’ ‘옛사랑’ ‘붉은노을’까지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을 한번에, 그리고 뮤지컬로 색다르게 만날 수 있어 큰 화제가 됐다.
CJ ENM이 제작한 뮤지컬 명작 ‘광화문 연가’가 또 한번 연말을 맞아 관객을 찾아왔다. 지난 2일부터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내년 1월20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들을 위트 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드라마가 함께 어우러져 찬바람 부는 연말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명곡과 함께 추억 속으로
이영훈 작곡가는 1985년 가수 이문세의 3집 앨범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를 만들며 대중음악 작곡의 길로 들어섰다. 이 앨범은 150만 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가요계 최초의 밀리언셀러 음반이 됐다. 1987년 이문세 4집을 통해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이야기’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을 선보이며 골든 디스크 대상과 작곡가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1980~1990년대 국내 최고의 작곡가였던 그의 노래를 타고 다양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2011년 초연과 다른 버전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인 ‘광화문 연가’의 이야기는 중년의 ‘명우’로부터 시작된다. 명우는 임종을 1분 앞두고 사경을 헤매는 중이다. 이때 인연을 관장하는 신 ‘월하’가 명우 앞에 나타나 그와 함께 ‘기억 여행’을 떠난다. 첫 번째 장소는 명우가 첫사랑 수아를 처음 만난 1984년 봄 서울 덕수궁 사생대회. 명우는 당차고 명랑한 수아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을 키워간다. 수아가 먼저 대학에 가고, 명우는 수아가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너무 어리고 어설펐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부터 수아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차츰 수아와 멀어진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더 깊어지지 못한 채 그리움만 커져간다. 월하의 안내로 환상과 기억, 현실이 교차하는 미묘한 상황에서 명우는 상처와 하나씩 마주한다.
중년 명우 역엔 안재욱 이건명 강필석, 월하 역엔 구원영 김호영 이석훈이 캐스팅됐다. 젊은 명우 역에 정욱진 이찬동, 중년 수아 역에 이은율 임강희, 젊은 수아 역에 린지, 이봄소리, 시영 역에 정연 장은아, 중곤 역에 오석원이 출연한다.
이번 시즌에서는 스토리와 사운드, 영상 조명 의상 등의 완성도를 높였다. 편곡이 한층 풍성해졌다.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 그 자체의 페이소스는 살리면서 캐릭터들의 감정 전달을 극대화했다. ‘빗속에서’ ‘장군의 동상’ ‘저 햇살 속의 먼 여행’ 등의 곡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여기에 감각적인 조명 효과와 함께 한강, 덕수궁, 광화문 등 그 당시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사실적인 영상 효과도 넣었다.지난해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신나는 커튼콜로 화제가 됐던 만큼 올해도 관객과 함께하는 커튼콜을 이어간다. 공연 직후 배우들과 관객이 기립한 채 ‘붉은 노을’을 부르는 모습이 장관을 이룰 전망이다.
국내 유명 창작진 총집결
국내의 뛰어난 창작진이 대거 모인 작품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고선웅이 대본을 쓰고 이지나가 연출했다. 고선웅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푸르른 날에’ ‘아리랑’ 등 묵직한 작품에서 더 강인한 힘을 발휘한 스타 작가이자 연출가다. 그는 스스로를 이영훈 작곡가의 곡을 많이 듣고 따라 불렀던 ‘이영훈 세대’라 칭하기도 했다. ‘광화문 연가’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이 작품은 꼭 내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지나 연출은 국내에서 흔치 않던 ‘젠더프리 캐스팅(혼성 캐스팅)’의 과감한 시도로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물론 대한민국 공연계를 일깨우기도 했다.김성수 음악감독은 그의 열정적인 지휘에 빠져 공연을 찾는 관객이 팬덤을 이룰 정도로 정평이 난 스타감독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그만의 살아 숨쉬는 편곡으로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이 가진 서정성과 감동을 극대화했다. 다채로운 시각적 연출 표현으로 사랑받는 서병구 안무감독은 유려하고 감성 있는 안무와 강렬하고 역동적인 군무를 내세운다. 이 밖에 신호 조명디자이너, 양석호 음향디자이너, 박준 영상디자이너, 도연 의상디자이너, 최혜진 소품디자이너, 김유선 분장디자이너가 함께 모여 올 연말 관객들을 사로잡을 최상의 하모니를 선보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