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실험적인 인사(人事)법…눈에 띄려면 TV강연·저서활동 잘해야?

사진=연합뉴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권구훈 전무가 대통령 직속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에 발탁된 것은 꽤나 의외의 인사다. 북방위 소속 위원들조차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의외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것이다.

대통령의 ‘깜짝 인사’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대통령의 의중과 심중이 인사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권 신임 위원장이 어떤 배경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위촉됐는 지도 이런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7일 청와대는 신임 북방위원장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번 인사의 과정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권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추천해 발탁했다”고 한다.과정 또한 흥미롭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명견만리’라는 책을 읽었다”며 “책 말고 TV에서도 직접 명견만리를 보시고 권 위원장의 강연에 감명을 받아 기억하고 있다가 인사수석실에 추천했고 검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권구훈 전무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경제통일론을 TV와 책을 통해 꾸준히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러고보니 문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 특히 경제 분야와 관련해선 깜짝 발탁이 많았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만해도 임명 당시 의외라는 평이 많았다. 장 실장은 그때까지만해도 ‘안철수의 사람’으로 인식돼 있었다. 그는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를 천민 자본주의라고 규정하며, 정의로운 자본주의 구현을 강조한 인물이다. 하지만 ‘장하성 펀드’를 운영하며 자본시장의 막전막후로 움직였던 이였기에 장 실장의 발탁은 예상 밖으로 평가됐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수많은 전문가들과 교류했다. 당시 장하성 교수에게도 도와달라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다. 장 실장은 결국 차기 리더로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안철수 원장을 선택했다.

깜짝 발탁의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알려진 바로는, 문 대통령이 한 지인에게 “그동안 장 실장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나의 정책 방향과 가장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장 실장은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고도의 경제 성장 이면에 왜곡된 고용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임금 격차와 소득 불평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도 저서 덕분(?)에 청와대에 입성한 사례다. 일본경제 전문가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였던 김 보좌관은『저성장 시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라는 저서로 해박한 경제사적 지식과 실천적인 대안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서울대에서도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 논문과 책 저술 등 연구활동에 매진한 교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김 보좌관은 발탁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저의 책을 읽고 만나자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역시 그가 2014년 발표한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논문이 청와대 입성의 열쇠였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토종 경제학자 홍장표는 ‘실질임금의 증가율이 상승하면 경제성장률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는 논지 하나로 문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홍장표 경제수석 임명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깜짝 인사라는 평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옳고그름을 따지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일관된 특징이 하나 발견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소 관계보다는 지적 능력 혹은 이론에 좀 더 주목한다는 점이다. 특히 파격적인 이론일수록 끌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평소 경제 영역에서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만한 변혁이 없인 한국 사회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남의 말에 경청하는 대통령의 특성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경제 영역에 실험적인 인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경제 투톱’ 인사에선 어떤 스타일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