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서울 부동산-가계부채 상관관계 높다…금융불균형 누적"

"금융불균형 완화 위해 통화정책 역할 강화 주장 힘 얻어"

한국은행이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금융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또,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통화정책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18년 11월)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보고서에 게재된 '최근 금융불균형 상황 점검 및 시사점' 자료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과 연관이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한은은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03년 4분기부터 2018년 2분기까지를 그랜저검정(Granger Casuality)으로 분석한 결과 어느 쪽이 먼저가 아니라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특히 서울지역은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간 상관관계가 높다고 말했다.한은 분석에 따르면 서울은 아파트값과 가계대출 간 상관계수가 0.7로 전국 평균(0.4), 경기(0.6), 6대 광역시(0.2), 8개도(-0.1) 보다 높다.

이는 2009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데이터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다.

아파트 거래량과 상관계수는 서울이 0.5로 역시 전국(0.3), 경기(0.3), 6대 광역시(0.1), 8개도(0)보다 높다.
서울은 가계대출 비중도 크다.

7월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에서 29.3%를 차지한다.

한은 가계부채(자금순환표 기준) 증가세가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다는 판단도 유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계속 상승해 2분기 기준 98.7%에 달했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증가 폭도 크다고 말했다.

가계신용순환을 봐도 2014년 이후 확장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기업 대출에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기업대출 증가에서 부동산·임대업 대출 기여율이 큰 폭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 대출에서도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그동안 가계부채 빠른 증가세가 이어지며 소득대비 비율이 큰 폭 상승하고, 기업신용에서 부동산·임대업 관련 대출도 크게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누적돼 왔다"고 평가하고 "금융안정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은은 세계적으로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통화정책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 대응해야 한다'와 '통화정책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했으나 최근엔 후자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는 분리대응 원칙을 내세웠다.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통화정책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금융불균형 완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은은 양측 모두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우선 대응하고 금융불균형이 확산돼 경제 전반의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통화정책 대응도 필요할 수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고 전했다.

한은은 금리 인상 신호를 준 상태에서 부쩍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금융안정 리스크가 통화정책 당국도 유념해야 할 단계"라고 평가했다.

금통위원들도 금융안정에 무게를 두는 '매파(금리 인상 선호)'가 늘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회의에서 "지난 수년간의 저금리 기조는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와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가계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통화정책 측면에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이번 분석은 일각의 '부동산발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상세답변으로도 보인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리는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라면서도 "하나의 참고지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