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BMW 화재 원인 '조사단 vs 사측' 이견차…쟁점은?

민간합동조사단 "EGR 밸브 문제"…내달 최종결과 발표
리콜 받은 차량의 화재 원인 찾아내야
박병일 명장 "흡기다기관 가연성 소재 바꿔야"
BMW코리아 "EGR 쿨러 누수 문제…흡기다기관 교체 국토부와 협의"
BMW 차량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차량 화재 실험 모습. (사진=교통안전공단)
BMW 디젤 차량의 엔진룸 화재 원인을 놓고 정부와 BMW코리아 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 12월로 예정된 최종 결과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BMW 측은 엔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냉각기(쿨러) 누수가 화재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힌 반면, BMW 화재조사 민관합동조사단은 EGR 밸브 문제를 지목하면서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리콜을 받은 차량은 안전하다는 BMW 측 입장과 달리, EGR 냉각기 누수가 안됐거나 리콜을 받은 차량에서도 일부 화재가 나 이 부분에 대한 조사 결과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8일 한경닷컴과 통화한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EGR 밸브 설계 문제와 흡기다기관(엔진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관) 가연성 소재(플라스틱) 사용이 BMW 화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인 디젤 차량은 배기가스가 쿨러에서 냉각된 뒤 저감장치인 EGR을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으나, BMW의 엔진은 이 위치가 반대로 돼 있다"며 "EGR 밸브가 먼저 작동하고 쿨러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뜨거운 공기가 흡기다기관으로 들어가 불이 쉽게 붙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EGR 냉각기 누수든, EGR 밸브 문제든 흡기다기관에 쌓이는 오일 찌꺼기를 제거하거나 고온에 취약한 흡기다기관의 가연성 소재를 알룸미늄 등으로 바꾸지 않으면 화재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민관합동조사단은 520d 등의 엔진룸 화재 원인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조사단은 엔진룸의 발화가능성 확인시험을 통해 EGR 쿨러에 누수가 발생하고 EGR 밸브가 일부 열림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고속주행을 하다가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을 작동시키는 조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EGR 쿨러 누수로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 불티가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 재질인 흡기다기관에 구멍을 내고 점차 확산해 엔진룸으로 불이 옮겨붙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EGR 쿨러 누수만 100% 화재라고 볼수 없다. BMW의 여러 화재 사고를 분석해 보면 EGR 밸브가 고장난 게 다수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화재 발생으로 EGR 밸브가 고장나면서 고착된 건지, 아니면 EGR 밸브가 고착된 상태에서 고장난 건지 더 아직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BMW는 DPF 구동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제어로직을 유일하게 쓰고 있었다"며 "3년 전 (배출가스 조작) 폭스바겐 사태 이후에 여러 차들을 실연비 테스트 했을 때 BMW가 연비와 배출가스를 만족시킨 유일한 차였다"고 했다.

BMW코리아는 현재 리콜 대상 10만6000여 대 차량 중 72%(7만6800대)의 리콜을 마쳤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현재 리콜은 EGR 모듈을 교체하는 작업이어서 흡기다기관까지 교체해주는 캐나다 사례와 같이 추가적인 리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BMW코리아는 국토교통부와 관련 부품의 교체 작업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BMW 관계자는 "조사단 중간조사 결과를 근거해서 보면 우리의 공식적인 화재 원인 발표(EGR 냉각기 누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다만 우리는 조사단이 문제 삼은 EGR 밸브 열림 현상은 원인이 아니라 화재 발생의 조건으로 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EGR 모듈을 교체하는 리콜 과정에서 EGR 쿨러 누수 현상이 발생된 일부 차량은 흡기다기관 천공(구멍) 발생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어 추가로 리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현재 진행중인 리콜(EGR 모듈 교체) 이외에 다른 원인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BMW 측의 제작결함 시정 작업의 실효성도 재검증하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연저감 후처리장치(DPF) 작동 때 불이 났으니 그걸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조작 등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