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AI 굴기'에 청소년까지 동원하는 中…청소년 영재 선발해 AI 무기 개발에 투입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차세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를 위해 중국 최상위 공과대로 꼽히는 베이징공대(BIT)가 영재 청소년들을 동원해 AI 무기 개발에 나서기로 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공대는 최근 AI 무기 개발을 위한 4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신입생 31명을 뽑았는데요. 이들 모두가 18세 이하 청소년입니다. 중국 전역에서 5000여 명이 지원을 했는데 남학생 27명, 여학생 4명이 최종 선발됐습니다. 이들은 중국에서 가장 똑똑한 청소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첫 입학생 선발 과정에 참여한 베이징공대 교수는 “이 아이들은 아주 똑똑하다. 그러나 똑똑한 게 전부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창의적인 사고와 싸우려는 의지, 도전 과제를 대하는 인내심 등의 여러 자질을 봤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교수는 “모두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려는 열정뿐 아니라 각별한 애국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발된 학생에겐 각각 과학적 지식을 갖춘 사람 한 명과 방위산업 출신자 한 명 등 두 명의 멘토가 붙어 학업을 도울 예정입니다. 학생들은 첫 학기를 마친 뒤 기계공학 전기공학 무기디자인 등과 같은 전공 분야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후 실습을 거쳐 실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실험실에 배치됩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통해 관련 기술을 연마하게 되는 것이지요.

산둥성 출신의 한 합격생은 어렸을 때부터 총과 무기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지원 배경을 말했습니다. 그는 면접을 보는 날 중국 최고의 명문대로 불리는 칭화대 입학 면접이 있었지만 결국엔 이 과정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베이징공대는 이 학생들이 4년 과정을 마친 후 박사과정에 들어갈 수 있으며 중국 AI 무기 프로그램의 차세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이징공대는 중국 내 최고 무기 연구기관 중 한 곳으로 꼽히는데요. 이번 프로그램은 군사용 AI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매우 강력하지만 아주 나쁜 아이디어”라며 “AI 무기 개발은 대량 살상무기 개발로 이어질 것이며 전쟁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다.

중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AI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요. 2030년까지 미국을 넘어 세계 AI 혁신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고 핵심 및 연관산업 규모를 각각 1조위안(약 165조원), 10조위안까지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위해 AI 인재 육성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요. 기업과 협력해 올해 말까지 AI 분야 교수 100명과 학생 300명을 길러내고 5년 뒤에는 그 수를 각각 500명과 5000명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2020년까지 중국 내 대학 100곳에 AI 전공 과정을 개설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AI 교재를 50여 편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