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명예롭게 물러나는 박진수 부회장

배터리 등 신성장 기틀 마련
LG화학 글로벌 톱10 이끌어
‘화학업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던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이 42년 동안의 ‘LG맨’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한다.

LG화학은 9일 박 부회장이 6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며 이끌어온 LG화학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1977년 럭키에 입사한 박 부회장은 2004년 LG화학이 인수한 현대석유화학 공동대표를 맡아 성공적인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며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에는 LG화학 사장을 맡아 회사를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소통과 솔선수범’이라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지켜왔다. 그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비전은 누구나 세울 수 있지만 이를 이뤄내는 것은 실행력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위해선 리더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박 부회장의 집무실에는 업무 외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는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박 부회장이 올해 만난 직원 수만 1600명이 넘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남 여수공장을 방문해 4시간 이상 걸으며 500여 명의 직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것은 유명한 일화다.

LG화학은 지난 7월 미국화학학회 발행 전문지 C&EN이 선정한 글로벌 화학회사 순위에서 처음으로 10위에 올랐다. LG화학은 전통적인 화학소재뿐만 아니라 배터리, 전자정보소재, 바이오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이다. 2020년까지 매출 36조원을 올려 LG화학을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박 부회장의 목표는 후임 신학철 부회장의 몫으로 남게 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