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눈치보는 사우디 'OPEC 해체' 만지작

카슈끄지 의혹 궁지에 몰리자
해체시 시장 영향 연구 착수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해체가 세계 석유시장에 미칠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OPEC의 유가 담합을 비난하는 가운데 왕실 인사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사우디가 비난을 피하기 위해 OPEC 해체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우디는 싱크탱크인 압둘라국왕석유연구조사센터를 통해 이 같은 연구를 시작했다.사우디 정부는 이번 연구가 가까운 시일 안에 사우디가 OPEC을 떠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한 연구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사우디 관계자는 “이 연구는 OPEC이 해체될 경우 기존 회원국이 경쟁적으로 생산을 늘릴지를 분석하고, 대체에너지 개발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우디와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가 양자 협의를 통해 글로벌 석유 공급을 좌우하는 사례가 많아 OPEC 해체에 대비한 연구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OPEC은 산유국 권익 향상을 위해 1960년 사우디를 중심으로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가 뭉쳐 출범했다. 추가로 아프리카 7개국과 인도네시아 등을 받아들이면서 현재 회원국은 16개국이다. OPEC 회원국은 석유 생산량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세계 석유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그러나 2000년대 이후 비회원국의 원유 생산 비중이 커지면서 OPEC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셰일혁명을 통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있고 러시아도 대규모 유전 개발로 산유량이 증가했다. 반면 OPEC 회원국인 이라크 유전의 상당수는 1990년대부터 미국과의 두 차례 전쟁으로 폐허가 됐고 이란과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석유 생산과 수출이 크게 줄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