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정부 단체도 '국민연금案 퇴짜' 반발…"대통령 인식부터 전면 재검토하라"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한데 대통령이 과제 피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담은 보건복지부 개혁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친정부 성향의 시민단체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적립기금 소진 시점이 2057년으로 당겨진 가운데 고갈 뒤 보험료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보험료 인상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9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건 대통령의 연금 인식’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지난 1년간 논의 끝에 나온 전문가 자문안을 바탕으로 전국 토론회를 거쳐 작업한 개혁안을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며 퇴짜를 놓은 대통령은 어떤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느냐”고 지적했다.이어 “대통령의 이런 연금 인식으로는 개혁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며 “연금 개혁을 선도해야 할 대통령이 물줄기를 거꾸로 이끄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부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거친 오건호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지난 8월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 결과 적립기금은 2057년 소진될 전망이다. 2013년 3차 추계 때보다 고갈 시점이 3년 당겨졌다. 현 소득대체율(2018년 45%→2028년 40%)과 보험료율(소득의 9%)을 그대로 놔둘 경우 기금 고갈 뒤 보험료율을 한꺼번에 27% 안팎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당시 추계 결과였다. 오 위원장은 “동일한 소득대체율(40%) 아래 우리 세대는 보험료로 월소득의 9%만 내고 미래 세대는 그 세 배를 내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공약처럼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앞으로 보험료율 인상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오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이 과제를 피하고 있다”며 “국민을 설득해야 할 지도자가 오히려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국민연금 정부안 공청회는 무산됐다. 보건복지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한 뒤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