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 33년 만에 최고…신흥국 부담도 커져

미국 달러화의 종합적 가치인 명목실효환율이 1985년 이후 3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국제결제은행(BIS)이 61개국의 무역량을 감안해 지난 7일 산출한 10월 말 달러지수는 128.51로 2002년 기록한 전고점 128.12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물가 변동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도 2002년 기록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 경제 호황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실질성장률이 2.9%에 달해 2005년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몸마 가즈오(門間一夫) 미즈호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돈이 미국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화 표시 채무를 안고 있는 신흥국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진다.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 우려도 증가한다. 세계은행은 올해 신흥 27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을 연초 예상보다 0.6%포인트 높은 4.2%로 내다봤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 개발전망국장은 “인플레 가속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기에 역풍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채산성이 나빠져 미국 기업의 수익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을 견제하는 발언을 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정부 정책에 따라 달러화 강세 흐름이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