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매주 자영업자·기업인 만나 의견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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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경제투톱' 교체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수장에 기용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관리형’과 ‘순둥이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때문에 세간에선 색깔이 강한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 후보자는 이를 의식한 듯 9일 내정 인선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경제의 중심축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있는 한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청와대 경제라인과 긴밀히 조율하겠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할 말은 하겠다’는 얘기다.
"靑 경제라인과 조율하겠지만 그립 세게 쥐고 할말은 하겠다"
"경제 구조개혁 역점 두고 잠재성장률 높여 나갈 것"
화장실 뛰어다니던 성실맨홍 후보자는 관가에서 대표적인 ‘성실맨’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획예산처 초임 사무관 시절 일하느라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매번 뛰어다니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발소리만 들어도 그인 걸 알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홍 후보자는 올해 중순 라돈침대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폭염 속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직접 메고 뛰어다니며 국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끈질긴 설득으로 당진 매트리스 야적장 주변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도 했다.
부처가 어설픈 대책을 내놓으면 호통으로 해당 장관의 얼을 빼놓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홍 후보자의 일처리 능력을 높이 샀다. 올해 중반 이후 부총리 교체설이 불거지는 동안 차기 부총리 후보군에 좀처럼 언급되지 않던 홍 후보자가 막판 급부상한 것도 이 총리의 강력한 추천 때문이었다.
‘만물박사’로 불리는 기획통홍 후보자는 재정·예산 업무를 비롯한 국정 현안 전반을 꿰뚫고 있는 데다 정책 아이디어가 풍부한 ‘기획통’이다. 공직 생활 대부분을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예산청,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 예산·기획·재정담당 경제부처에서 했다. 국정 전반에 두루 능통한 덕에 국회나 국정감사에서 어떤 주제의 질문을 받아도 막힘없이 잘 설명해 ‘만물박사’로 불리기도 한다. 경제관료로서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를 했고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하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중용됐다. 보수·진보 정부를 넘나들며 중용된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홍 후보자는 국무조정실장으로 있으면서 부처 간 정책 엇박자와 사회적 갈등을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가상화폐 논란’ ‘재활용 플라스틱 대란’ ‘미세먼지 대책’ ‘라돈침대 파동’ ‘불개미 유입’ 등 곳곳에서 터져 나온 정책 현안과 사회적 이슈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마다 특유의 뚝심으로 일을 처리했다. 타고난 성실성과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자영업자·기업인과 자주 소통하겠다”홍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의 고삐를 더 당기겠다고 강조했다. “1기 경제팀의 노력이 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됐다면 2기 경제팀은 최대한 펌프질을 해서 물(성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매주 한 번씩 자영업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대기업 등 기업인들을 만나 의견을 두루 듣겠다”고 말했다. “과거 경제발전 방식과 달리 체질을 바꾸고 구조 개혁을 해야 앞으로 성장 경로를 잘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긴밀한 소통을 통해 조율해 나가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김수현 정책실장과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2년 이상 같이 지내 잘 안다”며 “‘원팀’이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매주 김 실장과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1960년 강원 춘천 출생
△춘천고 졸업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 29회
△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 정책보좌관
△기재부 대변인·정책조정국장
△박근혜 정부 청와대 기획비서관, 미래부 제1차관
△문재인 정부 국무조정실장
고경봉/김채연/이해성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