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수석' 김수현, 靑 정책실까지 접수…'소득주도성장' 더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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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경제투톱' 교체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6개월 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동연-장하성 체제’의 경제팀 1기가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예상과 달리 ‘경제 투톱’의 동시 교체라는 인사카드를 꺼내든 것은 경제지표 악화와 두 사람 간 정책혼선 등 책임을 묻는 경질성 인사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2기 경제팀 조합으로 ‘홍남기-김수현’을 낙점하면서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두 경제수장 간 엇박자를 봉쇄하고,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성과 창출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닻 올린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예상밖 경제투톱 동시 교체…정책혼선 방지에 방점
靑 "원톱으로 간다"지만…부총리가 주도권 잡을지 미지수
野 "거시경험 없는 비전문가…쇄신 없는 돌려막기 人事"
정책 엇박자 원천봉쇄새로운 ‘경제 투톱’에 내정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내각과 청와대에 합류해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 후보자는 초대 국조실장을 지내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가 넓어 정부 경제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또 “김 신임 정책실장은 현 정부 국정과제를 설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뛰어난 정책기획조정능력을 보여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홍-김 조합’에 대해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3년을 같이 근무했고, 현 정부 출범 후 국무조정실장과 사회수석으로 함께 일한 만큼 원팀으로 호흡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홍-김’은 그동안 잦은 갈등설에 시달린 전임 ‘김앤장(김동연과 장하성)’과 달리 최적의 조합이란 평가가 나온다. 1기 경제팀은 수시로 “경제사령탑이 누구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엇박자’가 수시로 터져나왔다.일각에서는 그러나 정책 안정성을 우선시하다 보니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이 하마평에 오르자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 모두 거시경제 정책을 다뤄본 경험이 없어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다 인적 쇄신 없는 ‘돌려막기’ 인사란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외부의 우려를 감수하고 인사를 강행한 것은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며 “얼굴은 바꾸되 1기 경제팀에 부여한 정책 임무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청와대 ‘입김’ 더 세지나청와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경제정책은 부총리 책임하에 두는 ‘원톱’ 체제로 간다고 밝혔다. 기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 간 ‘컨트롤타워’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동시에 강성 이미지인 김 실장의 과도한 정책영향력에 대한 세간의 경계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는 경제 정책이 투톱이 아니라 원톱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언한 것처럼 2기 경제팀이 원톱체제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김 실장은 사회수석으로 임명되기 전 정책실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회정책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왕수석’으로 불리며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여당 내에서도 두 사람이 후보군에 올랐을 때 전문성 외에 둘의 역학관계에 우려를 나타낸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홍 후보자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전형적인 ‘예스맨’의 길을 걸어왔다”며 “이 정부 모든 경제정책의 설계자인 김 실장의 영향력과 성향을 감안할 때 홍 후보자가 주도권을 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홍 후보자의 경우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병역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