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입법해도 가시밭길…풀리지 않은 ‘4가지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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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특별재판부 설치법이 국회의 입법 영역으로 들어서면서 입법안 자체의 미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위헌성에 대해 서로 정반대의 의견을 밝히면서 수면위로 떠오른 문제들이다.
9일 법조계에서는 입법이 돼 실제 재판이 이뤄지더라도 법 자체가 갖고 있는 빈틈으로 인해 재판이 입법 내용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 같은 딜레마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게 법원 안팎의 목소리다.딜레마 (1) 검찰 의중따라 재판 대상 무한 확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특별재판부 설치법)’은 특별재판부에 배당될 사건의 대상을 총 8개로 규정했다. 그 중 8호는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사건에 관한 수사과정서 밝혀진 범죄사실을 기소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검찰이 수사 중 ‘별건’을 발견하면 이 또한 특별재판부의 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별건 수사’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사건 특검 때도 붉어진 내용이다. 당시 수사 대상을 규정하는 특검법이 ‘별건’ 수사를 가능토록 하게 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특검 본래 취지와는 관련이 없는 사건 까지 특검의 기소 대상이 됐다.이번엔 단순히 수사 대상이 아니라 별도로 설치한 재판부가 재판할 대상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현재 검찰은 수십명의 특수부 검사를 투입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전례를 비추보면 이른바 ‘별건’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먼지털이 수사를 하고 그것을 특정한 재판부에서만 다루면 그 자체로 프랑스 혁명 당시의 인민 법정처럼 되는 것”이라며 “특별법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는데도 견제 수단이 마련돼있지 않다는 게 입법안의 미비점이다”고 지적했다.
딜레마 (2) 위헌제청에 재판 파행 가능특별재판부가 구성되더라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경우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위헌법률심판이 개시되면 헌재법에 따라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지된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자신의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도 있고 피고인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신청할 수도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당 법관의 중립성·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피고인이 이를 이유로 재판을 거부해 재판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
헌재가 특별법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 특별법은 효력을 잃는다.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특별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일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하더라도 위헌 여부를 놓고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전망이다.딜레마 (3) 3개월 내 선고 불가
특별법은 1심 재판을 3개월 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의 특성상 3개월 내 선고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법관만 80명 이상을 소환 조사했다. 증거는 작성한 문건 일부에 불구하고 대부분 진술 증거로서 공소사실을 구성하고 있다. 피고인이 참고인의 진술서 증거채택을 동의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 진술을 한 참고인을 법정에 증인으로 한명씩 불러내야 한다. 재판이 물리적으로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당시 처럼 재판 일정을 주4회로 잡는 초강도 재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 4회로 잡더라도 수많은 증거를 놓고 다퉈야 하는 만큼 공소제기 후 3개월 만에 선고를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여러 법관들의 이야기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주2회 재판만 해도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불러야 할 증인이 많다면 이 사건 1심을 3개월만에 끝내는 건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딜레마 (4)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 불가
1·2심까지 끝낸 뒤 3심(상고심)에 가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 특별법에서 규정한 담당 법관 제척 사유를 적용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입법안은 4조에서 특별재판부의 제척 사유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은 총 8명이다.
전원합의체가 구성되려면 대법관의 3분의 2 이상인 10명이 필요하다. 이를 빼고 나면 전원합의체 구성 요건을 맞출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퇴임이 예정된 대법관은 조희대 대법관(2020년 3월) 권순일 대법관(2020년 9월)이다. 2명이 빠지더라도 여전히 전원합의체 구성이 불가능하다.한 고위 법관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특별법의 헛점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입법이 이뤄진다면 사법부 신뢰를 오히려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9일 법조계에서는 입법이 돼 실제 재판이 이뤄지더라도 법 자체가 갖고 있는 빈틈으로 인해 재판이 입법 내용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 같은 딜레마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게 법원 안팎의 목소리다.딜레마 (1) 검찰 의중따라 재판 대상 무한 확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특별재판부 설치법)’은 특별재판부에 배당될 사건의 대상을 총 8개로 규정했다. 그 중 8호는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사건에 관한 수사과정서 밝혀진 범죄사실을 기소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검찰이 수사 중 ‘별건’을 발견하면 이 또한 특별재판부의 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별건 수사’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사건 특검 때도 붉어진 내용이다. 당시 수사 대상을 규정하는 특검법이 ‘별건’ 수사를 가능토록 하게 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특검 본래 취지와는 관련이 없는 사건 까지 특검의 기소 대상이 됐다.이번엔 단순히 수사 대상이 아니라 별도로 설치한 재판부가 재판할 대상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현재 검찰은 수십명의 특수부 검사를 투입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전례를 비추보면 이른바 ‘별건’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먼지털이 수사를 하고 그것을 특정한 재판부에서만 다루면 그 자체로 프랑스 혁명 당시의 인민 법정처럼 되는 것”이라며 “특별법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는데도 견제 수단이 마련돼있지 않다는 게 입법안의 미비점이다”고 지적했다.
딜레마 (2) 위헌제청에 재판 파행 가능특별재판부가 구성되더라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경우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위헌법률심판이 개시되면 헌재법에 따라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지된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자신의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법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도 있고 피고인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신청할 수도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당 법관의 중립성·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피고인이 이를 이유로 재판을 거부해 재판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
헌재가 특별법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 특별법은 효력을 잃는다.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특별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일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하더라도 위헌 여부를 놓고 상당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전망이다.딜레마 (3) 3개월 내 선고 불가
특별법은 1심 재판을 3개월 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의 특성상 3개월 내 선고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법관만 80명 이상을 소환 조사했다. 증거는 작성한 문건 일부에 불구하고 대부분 진술 증거로서 공소사실을 구성하고 있다. 피고인이 참고인의 진술서 증거채택을 동의하지 않으면 형사소송법상 진술을 한 참고인을 법정에 증인으로 한명씩 불러내야 한다. 재판이 물리적으로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당시 처럼 재판 일정을 주4회로 잡는 초강도 재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 4회로 잡더라도 수많은 증거를 놓고 다퉈야 하는 만큼 공소제기 후 3개월 만에 선고를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여러 법관들의 이야기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주2회 재판만 해도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불러야 할 증인이 많다면 이 사건 1심을 3개월만에 끝내는 건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딜레마 (4)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 불가
1·2심까지 끝낸 뒤 3심(상고심)에 가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 특별법에서 규정한 담당 법관 제척 사유를 적용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입법안은 4조에서 특별재판부의 제척 사유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은 총 8명이다.
전원합의체가 구성되려면 대법관의 3분의 2 이상인 10명이 필요하다. 이를 빼고 나면 전원합의체 구성 요건을 맞출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퇴임이 예정된 대법관은 조희대 대법관(2020년 3월) 권순일 대법관(2020년 9월)이다. 2명이 빠지더라도 여전히 전원합의체 구성이 불가능하다.한 고위 법관 출신 대형로펌 변호사는 “특별법의 헛점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입법이 이뤄진다면 사법부 신뢰를 오히려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