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미국, IT직업 분야 양극화 진행중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평생교육대학 교육공학 교수 류태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국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가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전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그들. 미국 내 직업시장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풍족 vs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부족지난 8월 구글, 애플, IBM 등 미국내 거대 IT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수많은 기술혁신을 통해 전 세계 테크놀로지 분야의 역사를 새로 써온 이들 기업들이 이번엔 채용 혁신을 통해 대학 학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입사지원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대단한 혁신이라기 보다는 최근 직업 트렌드에 맞춘 당연한 결정이란 걸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IT 관련 일자리 분야에서 현재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oftware engineer) 인력은 넘쳐나고 있는 반면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인력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이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의 말에 따르면, 미국내 IT기업들이 주로 채용하는 분야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데 실제로 일을 시켜본 결과 대학 학위와 상관없이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기술이 뛰어난 인재가 더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입사지원 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던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비학위 온라인 교육과정을 수료했든, 직업훈련 교육과정을 이수했든, 독학으로 공부했든 상관없이 코딩이나 프로그래밍 실력 위주로 채용할 계획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는 반대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분야 중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음성인식(Voice recognition)이나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 이미지 분류(Image classification)나 자율주행자동차(Autonomous vehicle) 등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는 미국에서도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업체간에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구글, 애플, IBM 등과 같은 IT분야 대기업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만큼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IT기업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또한, 단순히 주어진 설계안대로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방식의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는 수년간의 해당 분야 경력뿐만 아니라 최소 석사 이상 학위를 요구하며 박사 학위를 선호하는 경향이 계속 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대학에서도 기존 컴퓨터 사이언스 프로그램과 구별해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대학원 프로그램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퍼듀대학교는 ‘Business Analytics and Information Management’라는 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뉴욕대학교나 콜럼비아 대학교, 조지아 공대, 버지니아대학교 등 대부분의 대학들은 ‘Data Science’나 ‘Analytics’ 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미국 내 최고 직업 등극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라는 직업은 IT기업 입장에서만 모셔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구직자들에 있어서도 최고의 직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구직 전문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의 2018년도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채용인원 수, 연봉, 일에 대한 만족도를 기반으로 평가한 결과 전체 직업군 중 1위에 올랐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한 채용 규모는 4,500명 정도로 비교적 적은 숫자지만 평균 연봉은 $131,777, 일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2점으로 높게 나왔다.한편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중에서도 세부 분야별로 조금씩 연봉 차이를 보이는 걸로 나타났다. 머신 러닝 엔지니어(Machine learning engineer)의 경우에는 $137,923로 조금 높게 나타났으며, 안면인식이나 이미지 분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Computer vision engineer)는 $142,903으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걸로 나타났다.

반면에 21위를 차지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 채용 규모는 3만 명 정도로 나왔으나 평균 연봉은 $102,521, 일에 대한 만족도는 3.6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연봉을 입사 초기인 엔트리 레벨로 비교하면 그 격차는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평균 연봉은 $131,777인 반면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엔트리 레벨 연봉은 $47,207이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에는 신입, 주니어 엔지니어, 시니어 엔지니어 등 여러 단계를 모두 합쳐서 평균을 낸 연봉이 $102,521라는 것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기 지속될 전망데이터 사이언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기술의 핵심 파트를 구성하고 있다. 인공지능(AI)스피커의 음성인식과 자연어 처리,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영화나 상품 추천 시스템, 페이스북의 이미지 분류를 통한 친구 자동 태그 기능, 드론 카메라의 광학인식이나 안면인식, 자동차의 자율주행 시스템, 금융이나 보험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금융변화 예측 및 상품 개발 프로그램, 교통량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심야 버스 노선 운행 시간 연장 등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미 접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전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IBM은 2012년부터 미국 내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의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2020년까지 연평균 28%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는 당분간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각 나라별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 내 직업시장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인기는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IT관련 SBA 신직업]

데이터 기획자 | 데이터 기획자는 디자이너(디자인 씽킹) 역량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데이터 분석 및 도출)의 역량이 결합된 신직업.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따라 분석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인공지능 기반자율주행 알고리즘 개발자 | 인공지능이 자동차와 관련된 상황을 판단하고 차를 제어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일을 한다.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 |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에서도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춘 전문가.

글=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평생교육대학 교육공학 교수

정리= 경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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