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지도자, 북중 정상 연쇄 회동…대북 제재 완화 물꼬 트나

시진핑·디아스카넬 "국제 문제에 긴밀히 협조하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최근 북한과 중국을 연쇄 방문해 최고 지도자들을 접촉한 것으로 밝혀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쿠바와 북한은 대표적인 미국 주도의 유엔 대북 제재를 받는 국가다.

쿠바 지도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회동했다는 점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라는 미묘한 시점과 맞물려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 디아스카넬 의장은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사회주의 국가로서 형제애를 과시하고 국제 문제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쿠바는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 친한 친구이자 동지, 형제"라면서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두는 문제에 대해 확고히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쿠바와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길 원한다"면서 쿠바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환영했다.

이에 디아스카넬 의장은 "양국 관계는 미래의 어떠한 도전에도 이겨낼 수 있으며 중국을 본받아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추진하길 원한다"면서 "양국은 정치적 대화 등을 통해 국제 문제에서 소통과 협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화답했다.주목할 점은 디아스카넬 의장이 방중에 앞서 지난 6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우호를 다졌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쿠바 모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 김 위원장이 디아스카넬 의장을 통해 시 주석에게 북한의 비핵화 진척에 따라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과 북한, 쿠바 모두 사회주의 국가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쿠바 최고 지도자의 북중 양국 방문은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의장의 2박 3일 방북 기간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로 초대하고 공연을 함께 관람하며 부인 리설주 여사와 직접 공항에서 환송하는 등 '특급의전'을 통해 대내외에 강력한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