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카르텔' 양진호, 범죄수익 몰수 가능할까

자산 1천억 이상 추정…'기소 전 몰수 보전' 통해 처분금지 가능

불법 음란물의 유통부터 삭제까지 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를 통해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몰수 조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국내 웹하드 업계 1·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양 회장의 재산 규모는 1천억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에 따르면 수사팀은 웹하드 카르텔 범죄와 관련, 양 회장이 불법 음란물의 유통부터 삭제까지 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웹하드 카르텔'과 관련한 업체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양 회장이 위디스크 운영사의 자금 2억8천여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확인되는 등 양 회장의 재산에는 웹하드를 통한 범죄 수익금이 상당 부분 포함됐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현행법에는 이처럼 범죄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에 대해선 몰수나 추징이 가능하게끔 돼 있다.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은 유죄 판결 이전에 범죄 수익금을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해놓고, 유죄 확정시 몰수하는 '기소 전 몰수 보전'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음란물 유통 등으로 부당이득을 취했을 경우 범죄수익은닉 처벌법에 근거해 범죄수익을 동결할 수 있다.사건 피의자가 재판을 거쳐 판결을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수익이 큰 사건의 수사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경찰은 양 회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한편, 범죄수익 동결을 위해 기소 전 몰수 보전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양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에 따른 범죄수익 동결 조치도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다만 1천억원에 달하는 양 회장의 재산 중 범죄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이 정확히 얼마인지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주말 동안 그간 확보한 증거물 분석 등에 주력한 경찰은 오는 12일부터 양 회장을 상대로 웹하드 카르텔 의혹과 횡령, 마약 등 그간 혐의를 부인하고 있던 사건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현재 양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 폭행 ▲ 강요 ▲ 동물보호법 위반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 저작권법 위반 ▲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 업무상 횡령 등이다.
양 회장은 2015년 경기 성남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하고 이듬해 강원 홍천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석궁이나 일본도를 이용해 살아있는 닭을 잡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도록 하고, 마약을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양 회장은 이 같은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양 회장이 구속된 것은 직원 폭행 동영상이 공개된 지 열흘 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