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밀 누출될라"…도청·녹음방지기 도입하는 검찰

대검, 11대 도입 "녹음해도 소리안들려"
전국 고위급 검사 사무실에 순차적 설치
대검찰청이 도청·녹음 방지장치를 도입해 검찰의 고위급 수사 책임자 사무실에 설치하기로 했다. 수사 기밀이나 중요한 회의 내용, 개인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도청·녹음 방지장치 11대를 도입하기로 하고 최근 제한적 경쟁입찰을 했다. 도청·녹음 방지장치는 다음달까지 납품받기로 했다.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5대를 시범 도입한 검찰은 이번 추가 구매로 전국 주요 고위급 검사 사무실에 도청·녹음 방지장치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검찰이 도입하는 도청 방지장치는 반경 수m 내 설치된 모든 종류 도청기에서 나오는 무선 전파를 탐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녹음 방지장치는 귀에 들리지 않는 특수 음파를 발생시켜 보이스레코더는 물론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통한 녹음을 방해하는 기능을 갖췄다. 녹음을 해도 ‘노이즈’만 녹음되고 대화 내용은 녹음되지 않는다.

검찰이 장치 도입에 나선 이유는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수사 기밀의 유출을 막고 검사들의 발언이 몰래 녹취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검찰에 따르면 극히 드물지만 사건 관계자나 특정 조직에 의해 검사의 수사 진행 상황이나 업무회의 내용이 녹음 및 도청된 사례가 있다.

사건을 담당했던 특정 검사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음성 녹음 내용 일부를 악의적으로 편집해 무단 배포하는 행위도 벌어졌다. 대검 관계자는 “이 때문에 선진국 검찰은 대부분 도청·녹음 방지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통신비밀보호법상 1 대 1 대화 간 녹음은 가능하기 때문에 수사 대상자가 검사의 발언을 녹음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피의자가 원할 경우 신문 과정의 영상녹화를 신청할 수 있는데도 공적인 신문 과정을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적절치 못하다는 게 검찰의 반응이다.

녹음된 음성파일을 편집해 유통시키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상대방의 허가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가 상대방의 ‘음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음성권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기에 동의 없이 상대방 음성을 녹음하고 재생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음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