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아빠 모두 검찰로…징계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서울 숙명여고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실제로 문제 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구속된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씨와 함께 그의 쌍둥이 딸들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숙명요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얼 사이 치러진 총 5차례의 정기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경찰은 쌍둥이 자매가 문과와 이과 전교 1등을 석권한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모두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쌍둥이가 문제·정답 유출 없이 시험을 치른 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한 차례뿐인 셈이다.

숙명요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쌍둥이 자매는 아버지로부터 문제를 유출받아 부당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 수사 결과 자매가 만든 암기장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의 전 과목 정답을 메모해둔 사실이 발견됐다. 잘 외우기 위해 키워드를 만들어 둔 흔적도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쌍둥이가 실제 시험을 치른 시험지에서도 수상한 흔적이 발견됐다. 미리 외워온 정답 목록ㅇ르 아주 작게 적어둔 것이다. 물리 과목의 경우 계산이 필요한 문제 옆에서 정답 목록만 발견되고 계산하면서 문제를 푼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A씨는 올해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가 교무실 금고에 보관된 날에 각각 근무 대장에 시간 외 근무를 기록하지 않고 야근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메모 등 문제유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는 잘 모른다"며 "시험지 보관일에 야근했지만 기록하지 않았던 것은 평소 초과근무 때보다 일찍 퇴근해서 따로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 8월 31일 서울시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자 자택 컴퓨터를 교체한 것에 대해 "노후 컴퓨터를 교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를 이달 6일 구속 전에 네 차례, 구속 후에 한 차례 소환 조사했다. 쌍둥이 자매는 총 세 차례 조사했다. 다만 쌍둥이 자매는 미성년자인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 부녀와 함께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전임 교장과 교감,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 3명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은 A씨를 정기고사 결재라인에서 배제하지 않은 사실은 있지만 문제유출을 알면서 방조했는지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경찰은 사건 수사에서 드러난 학교 성적관리의 문제점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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