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블록체인이 발굴한 생산활동 '블로소득'을 소개합니다

개인의 생산과 소비 활동을 바꿔놓을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블로소득'?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벌면 불로소득이라는 의미인가요?" 지난 3월 블로소득 연재를 시작한 뒤 꾸준히 받아온 질문입니다. 뉴스국 내에서도 암호화폐 공개(ICO)와 같이 '노동이 결여된 소득에 대한 비평'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죠.

물론 암호화폐 열풍이 불던 지난해 말에는 일반적인 회사원의 생애소득을 훌쩍 뛰어넘는 거금을 거머쥔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2017년 한 해 동안 가격이 100배 가량 뛰었습니다. 2017년 1월1일 1만원에서 같은해 12월 말 123만원대까지 올랐죠. 2018년 1월10일에는 25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암호화폐의 가격 급등은 거기서 끝났습니다. 한 주 뒤인 올해 1월17일 이더리움 가격은 100만원까지 내려갔고 블로소득 연재가 시작될 시점에는 50만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지금은 고점 대비 10% 수준에 불과한 20만원대 가격이죠.

블로소득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연재 기자칼럼의 제목을 그처럼 정한 것은, 그간 소비 행위에 그쳤던 경제 활동들이 블록체인을 만나 생산 행위로 전환된다는 의미를 '블로소득' 네 글자에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흔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인생의 낭비"라고 합니다. 온라인 SNS에 많은 글을 남겨도 돌아오는 게 없죠. SNS 활동에 무수한 시간을 쓰고 심지어 스스로에게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등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은 표현일 겁니다.블록체인은 이런 상황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소비적 활동이던 SNS를 생산 활동으로 전환시킨 사례가 스팀잇(STEEMIT)입니다. 글을 작성하면 보상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도입했죠. 이런저런 부작용도 겪었지만 개념 자체의 전환이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블록체인을 만나면 단순한 웹서핑도 생산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웹브라우저 '브레이브'는 인터넷상 광고를 모두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기존 웹브라우저들은 사용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신 인터넷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었어요. 사용자는 웹브라우저를 무료 사용하는 것 이상의 혜택은 보지 못했죠.

브레이브는 이러한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모든 광고를 지운 웹브라우저를 만들었습니다. 대신 자체 광고를 만들어 광고를 보는 이들에게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지급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순 웹서핑도 소득을 얻는 생산 활동이 된 겁니다.또한 블록체인과 접목하면 운동하고 이동하고 쇼핑하는 모든 활동이 수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개인 건강정보를 제공하면 보상을 주는 인슈어리움, 광고를 보고 매장에 방문해 소비 활동을 하면 보상을 주는 위블락, 개인이 찍은 사진의 저작권 수익을 챙겨주는 코닥 등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생산·소비 구조를 고도화해 숨어있던 생산 활동을 발굴하고 나섰습니다.

그간 눈에 띄지 않고 숨어있던 영역인 만큼 당장 큰 수익을 제공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제로(0)였던 것이 블록체인을 만나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근본적 인식 변화야말로 중요한 변곡점 아닐까요? 이런 맥락에서 '오세성의 블로소득'은 블록체인으로 변화할 개인의 생활상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거기에 필요한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려 합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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