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평판 관리 안하는 기업 오래 못간다"

로사 전 아일랜드 더블린대 교수
세계기업가정신주간 행사 강연
“혁신성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독(毒)이 될 우려가 있다.”

일본 소니 등 30개가 넘는 세계적인 기업과 기관을 컨설팅한 ‘평판경영’ 전문가 로사 전 아일랜드 더블린대 교수(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전 교수는 12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개막한 ‘2018 세계기업가정신주간 한국행사’에 기조강연자로 나와 ‘혁신의 함정’을 경고했다.그는 1990년대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던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엔론을 성장시킨 원동력은 경영진의 카리스마와 1년에 4번씩이나 진행한 인사평가, 하위 25%는 해고하는 경쟁시스템, 직원들이 위험(리스크)을 감당하고 도전하는 모험정신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자 강점은 약점으로 변했다고 전 교수는 지적했다. 경영진은 회계장부를 조작했다. 잘나가던 회사가 기울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험정신은 투기로 변질됐고, 인사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원들은 해서는 안 될 짓도 했다. 회사가 강조하던 혁신은 ‘변화를 위한 변화’에 그쳤다.

그는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은 한 끗 차이로 지나치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혁신성은 우수하지만 평판이 나쁜 기업 중엔 장수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평판에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말하는 내부 평판도 중요한 요소라고 전 교수는 강조했다.

그가 기조강연을 맡은 세계기업가정신주간 행사는 기업가정신이 경제 발전과 사회 혁신의 동력이 되도록 하기 위해 미국 카우프만재단 주도로 매년 11월 셋째주 160개국에서 동시에 열린다. 한국 행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후원하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관했다. 13일에는 링 위에 올라 창업 아이디어를 공격적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경진대회 ‘2018 겟인더링 서울’ 등이 열린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