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소용없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한국
입력
수정
지면A29
올 감염자 수 1만명…1년새 두배항생제가 소용없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선 치료제 11개 있는데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1개 뿐
1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감염증(CRE)’에 걸린 사람이 1만 명을 돌파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감염자는 1만13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두 배 늘었다.CRE는 ‘최후의 항생제’로 꼽히는 카바페넴 계열을 비롯한 거의 모든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감염자의 상처, 대변을 통해 감염되는데 이들이 병원에 입원해 사용한 물건과 침구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조사 결과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1년여간 81개 의료기관에서 신고한 CRE 환자는 8000여 명이었다. 이 중 카바페넴분해효소를 다른 균주에 전달해 전염력이 높은 CPE 환자는 1215명에 달했다. CPE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50%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다.
감염자가 급증하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6월부터 다제내성균인 CRE와 VRSA(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구균)를 지정 감염병에서 제3군 감염병으로 변경하고 감염자 발생 시 신고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감염자 발생기관과 감염자 수는 실시간으로 집계할 수 있다. 그러나 확산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감염자가 확인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해외에서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가 개발돼 있다. 2012년 ‘항생제 개발 촉진법’을 시행한 미국에서는 11개의 신약이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이 중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MSD의 ‘저박사’뿐이다. 약값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데도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기 어려워서다. 동아에스티는 2015년 항생제 ‘시벡스트로’를 개발하고도 약가 문제로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격리 조치되고 추가 감염자를 막기 위해 퇴원해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다제내성균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치료제 확보가 시급하다”며 “쓸 수 있는 약은 쓰게 해주고 내성균 토착화를 막기 위한 감염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