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증산→감산…사우디, 美 눈치작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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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100만배럴 감산 협의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50만배럴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산유국도 감산에 동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달 원유생산량 조정 전까진
국제유가 더 떨어질수도
사우디와 원유 수출 1·2위를 다투는 러시아는 감산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산유국은 감산에 공감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다음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 석유장관 회의에서 감산이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들어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한 국제 유가의 반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수석애널리스트는 “다음달 OPEC 등 산유국이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만배럴 줄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감산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는 감산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로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덜 의식해도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유 증산을 추진했다.유가가 최근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점도 감산을 본격화한 이유로 지적된다. 지난 9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한때 배럴당 60달러 밑까지 떨어졌다가 60.19달러로 마감했다.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1984년 이후 34년 만에 최장 기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산유국들은 다음달 6일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회의에서 감산을 논의할 전망이다. 사우디 외 UAE, 오만 등 다른 산유국은 감산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OPEC 비회원 산유국을 이끌고 있는 러시아는 감산에 소극적이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합의에 도달하면 생산량 감축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생산량은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당분간 그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급격한 생산량 변동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들이 하루 30만배럴 증산을 목표로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 사우디와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유가 손익분기점은 올해 배럴당 53달러 수준이고 2년 안에 44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락세를 거듭하던 국제 유가는 사우디의 증산 방침에다 다른 산유국들이 공급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12일 장이 열리자 소폭 반등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