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의 바쁜데 같은 현안 두번씩 업무보고…'두 부총리와의 동거'에 난감한 기재부

세종시는 요즘…
“오늘 부총리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기자) “어느 부총리요?”(기획재정부 공무원)

사상 초유의 예산 시즌 수장 교체 이후 기획재정부 안팎이 분주해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긴 동거’가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통상 2주 안팎이면 교체가 완료됐지만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인 다음달 초 부총리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하면서 ‘두 부총리’의 어정쩡한 동거가 한 달가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기재부 내에서도 가장 난감한 곳은 예산실이다.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짜놓은 상황에서 모든 직원이 달려들어도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시키기 어려운 마당에 총대를 메야 할 현직 부총리는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예산실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예산안의 국회 처리까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정작 내년에 예산을 집행할 부총리는 따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가 이날 본격적으로 기재부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같은 보고를 두 번씩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한 번은 김 부총리, 한 번은 홍 후보자가 대상이다. 또 다른 예산실 관계자는 “일부 쟁점 예산에서 두 부총리 간 생각이 다를 가능성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물론 홍 후보자도 ‘예산통’으로 알려져 있다.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세제실도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홍 후보자는 지난 11일 사실상 첫 업무보고를 세제실에서 받았다. 세제는 내용이 더 복잡한 데다 홍 후보자 스스로도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부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세법개정안이 처리될 때까지 현안 관련 보고를 매번 두 부총리에게 따로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부총리의 일정을 담당하는 실·국도 난감한 상황이다. 두 부총리의 동거가 한 달가량 이어지게 됨에 따라 대외 일정도 별도로 고려해야 할 게 많아졌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김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