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윤창호 비극 막는다"…주류광고서 '음주 장면' 금지

공공장소·청소년기관 법적 금주구역 지정…법 개정 후 2020년 시행 추진
대부분 매체서 7∼22시 광고금지…알코올 함량 표시한 '표준 잔' 제시
금주교육 강화…절주강사 양성·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설치
이르면 2020년부터 주류광고에서 광고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이 금지된다.광고가 음주를 유도하고 미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공공기관과 아동·청소년 보호시설을 법적 '금주주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음주폐해 예방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음주폐해예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음주는 흡연과 비만과 같은 건강 위해 요인이다.

만취 상태 운전자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창호 씨를 치어 숨지게 하는 등 음주 관련 교통사고·폭력·자살 등이 매일같이 이슈가 되면서 강력한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알코올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기도 하다.정부는 먼저 인터넷TV(IP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주류광고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규정된 광고기준을 법 조항으로 승격하고, 기준의 적용을 받는 대상을 '주류 제조·수입·판매업자'로 명확히 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앞으로 주류광고에서는 술을 마시는 행위를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광고모델이 술을 직접 마시는 장면이나 소리를 통해 음주를 유도하거나 자극하는 표현이 해당한다.

또 미성년자가 볼 수 있는 콘텐츠 앞뒤에는 주류광고를 붙일 수 없게 된다.

주류광고에는 광고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노래도 삽입할 수 없다.

광고 노래 금지는 현재 TV·라디오 광고에만 적용되고 있다.

TV에만 적용되던 주류광고 금지 시간대(오전 7시∼오후 10시)를 DMB, 데이터 방송, IPTV에도 적용하고, 술병에 표기되고 있는 과음경고 문구를 주류광고에도 나오도록 기준을 강화한다.
주류회사가 후원하는 행사에서는 제품 광고를 할 수 없고 후원자 명칭만 사용해야 한다.

지하도와 공항, 항만, 자동차, 선박 등의 교통시설이나 교통수단에도 주류광고를 부착할 수 없다.

다만 담배광고 기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담배광고가 허용되는 국제선 항공기와 여객선에서는 주류광고가 허용된다.

정부는 아울러 금주구역 지정도 추진한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금연구역 지정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금주구역 관련 조항은 없다.

법 개정을 통해 정부청사와 의료기관, 보건소, 도서관 등 공공기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청소년 활동시설 등 청소년 보호시설은 금주구역으로 지정된다.

학교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마을행사 등 공공장소 관리자가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에는 음주가 허용된다.

도시공원 등의 공공장소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에 법 개정을 추진해 이르면 2020년부터는 강화된 주류광고 기준과 금주구역 지정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주구역이 지정되면 음주행위를 과태료 등으로 처벌하기 쉬워진다.

현재는 서울시 등이 조례를 통해 도시공원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고 있지만, 국민건강증진법 근거 부재로 실효성이 미미한 상태다.

정부는 앞서 2012년과 2015년에도 금주구역 지정을 추진했지만 반발 여론 때문에 무산됐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공공장소 음주로 인한 피해 경험이 많고 음주 제한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아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의 절주 실천을 돕기 위해 소주와 맥주를 기준으로 술 한잔에 담긴 순 알코올 함량(g)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잔'을 제시하기로 했다.

소주·맥주 1잔에 담긴 순 알코올 함량은 7g이다.

소주 5잔을 마시면 순 알코올을 35g을 섭취한다는 것을 알리려는 취지다.

정부는 향후 '주류용기 알코올 함량 표기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금주교육도 강화한다.

학교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청소년 금주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건복지시설과 기업, 군대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절주강사를 양성한다.

소비자단체와 협력해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의 '음주장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사례집으로 만들어 자율 시정을 유도한다.

알코올 중독 치료와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정신건강 관련 시설도 확충한다.

인구 20만 이상 시군구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시·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중독팀을 신설해 중독자를 돕기로 했다.

또 서울시 사례를 벤치마킹해 '회복자 상담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실제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상담가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한다.

한편 복지부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2018년 음주폐해예방의 달 기념행사'를 개최한다.절주사업에 기여한 유공자들의 공로를 치하하고, '알코올정책 심포지엄'을 통해 주요국의 음주폐해 예방 정책 및 전략을 살펴보는 자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