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못하는 구동매'…유연석·김동완 '젠틀맨스 가이드' 대박 가능성 셋 (종합)


얼마 전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에서 구동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유연석을 비롯해 뮤지컬계 '터줏대감' 오만석, 데뷔 20주년을 넘기며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는 신화의 김동완이 한 작품에서 만났다. 이들을 하나로 모은 블랙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어떤 작품일까?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트에서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견한 '젠틀맨스 가이드'의 대박 가능성 세 가지를 꼽아봤다.▲ '이름 값' 높아진 유연석의 존재감
이 날 프레스콜에서 단연 시선을 집중시킨 이는 '몬티 나바로'역을 연기하는 유연석이다.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았던 터라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있던 상황이었다.

유연석은 "이번이 세번째 뮤지컬이다. '미스터 션샤인'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여행을 갔다. 미국가는 비행기에서 '젠틀맨스 가이드' 대본을 봤다. 여행하면서 음악들도 들어봤다. 그때 정말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대본을 보니까 이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안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라고 출연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이어 "이 작품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았다. 미국에서 결심했다. 그래서 연습을 하게 됐고 연습을 하면 할 수록 이 작품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커졌다. '한국에 이런 뮤지컬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볼거리가 다양하다. 사람을 죽여야 하는 등 스토리는 무거울 수 있지만 무겁지 않게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많은 배우분들이 훌륭한 연기로 잘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연석은 "출연하기로 결정하고 음악을 들었는데 너무 좋더라. 브로드웨이 영상들을 찾아봤다. 너무 유쾌하더라. 연말에 가족분들과 연인들끼리 공연을 보면서 한바탕 시원하게 웃고 갈 수 있는 공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작품에 대해서 계속 알아보니 브로드웨이에서 상도 많이 받았더라. 이런 작품을 한국에서 초연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근데 연습을 해보니까 쉽지 않더라. 클래식한 발성으로 부른 노래도 부담이 컸다.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첫 공연 이후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 좋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김동완은 "그동안 뮤지컬을 몇 번 했었지만 자주한 게 아니라서 신중하게 선택했다. 제가 잘 못하면 앞으로 뮤지컬 쪽에서 캐스팅이 안들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했다. 확신을 갖게 된 건 다른 배우들 때문이었다. 배우들에게 큰 끌림이 있었다. 만석이형, 규형이, 한지상, 유연석 등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워낙 출중해서 연습실에서도 감상모드로 보게 되더라"고 말하며 유연석을 비롯한 동료 배우들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유연석의 행보는 시간을 거듭할 수록 내공이 단단한 배우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관객과 직접 대면하고픈 그의 바람과 음악에 대한 갈증이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1인 9역' 소화하는 오만석·이규형·한지상의 내공
이 작품에 1인 9역을 소화해야 하는 배역이 있다. 바로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 9인이 그 역할이다. 한 사람이 9인의 역할을 해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내공이 필요하다. 이 쉽지 않은 역할에 캐스팅된 오만석, 이규형, 한지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매력을 발산하며 무대를 휘젓는다.이 날 프레스콜에서 오만석은 "1인 9역을 연기하기 때문에 무대 밖에서 옷을 9번이나 갈아입어야 한다. 무대 밖이 더 바쁘다. 옷 갈아입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나. 채력적으로 힘들다. 정말 정신없다"고 말하며 1인 9역을 소화하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이어 "9명의 인물을 무대에서 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가진 신체적인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를 목소리, 자세, 제스쳐, 소품과 의상들로 변화된 모습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야 한다. 정말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원래 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다. 이 작품은 미국적인 정서 안에서 태어난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식으로 변화시키는 게 쉽지 않다. 번역에도 공을 들였고 가사나 넘버도 조금 더 재밌게 관객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규형은 "전작이었던 '라이프'에서는 내면으로 들어가며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사실 코믹한 캐릭터는 그동안 여러 공연이나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많이 했었다. '라이프' 이후 저 스스로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 때 마침 '젠틀맨스 가이드'를 만났다. 미국 정서가 가득한 이 스토리를 한국 관객들이 온전히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연기할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지상 역시 "기쁘다. 하루 하루 즐겁다. 마치 안무를 짠 듯 무대 뒤에서 숨가쁘게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코미디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행복하고 즐겁고 후련하다. 개인적인 바람은 끊임없이 넓어지고 싶다는 거다. 쉼없이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브로드웨이에서 증명한 작품성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다이스퀴스 가문의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다룬 코미디 뮤지컬이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2014년 토니 어워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외부비평가협회상, 드라마 리그 어워드 등 브로드웨이의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막 전 공개된 캐릭터 사진, 캐릭터 포스터, 연습 현장 사진으로 기대를 모은 '젠틀맨스 가이드'는 뮤지컬 코미디답게 유쾌·상쾌·통쾌한 웃음을 전달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몬티 나바로' 역의 김동완, 유연석, 서경수는 그 동안 공들여 만들어온 캐릭터를 자신만의 매력을 가감없이 뽐내며 탁월한 무대매너를 선사했다. 또한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다이스퀴스' 가문(1인 9역)을 연기하는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은 순발력과 재치, 센스를 발휘하며 각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시벨라 홀워드' 역의 임소하(임혜영)와 '피비 다이스퀴스' 역의 김아선은 패셔너블한 드레스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코믹 연기, 파워풀한 노래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기상천외한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1900년대 초반 계급사회였던 영국의 시대상을 다양한 캐릭터들로 표현해낸다. 여기에 한국 정서에 맞는 단어와 어휘를 사용해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각색했다.

김동연 연출은 "한국에서는 코미디 장르 뮤지컬이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뮤지컬 자체가 코미디와 아주 잘 어울린다. 많은 사랑을 받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이 죽는데 웃어야 하는 희극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을 실제 사건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희극적 요소로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몬티의 일기장이 쓰이는 책상 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재미있게 느끼게 하려고 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한편 '젠틀맨스 가이드'는 내년 1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을 갖고 뮤지컬 팬들에게 다가간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