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공정한 재판 방법 찾아라"…신뢰회복 위해 머리 싸맨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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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원칙 관련 연구용역 발주
재판 실태 파악…개선책 마련
'법관 책임성'은 연구 대상서 제외

'존경받는 판사' 모음집 발간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대법원이 재판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연구에 나섰다. 존경받는 판사를 발굴해 인터뷰 모음집도 발간한다.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법원이 다방면으로 해법을 모색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공정한 재판 실현을 위한 헌법 원칙’에 관한 연구용역을 3300만원에 발주했다. 법원행정처는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내용의 연구를 진행한 적이 없다. 연구용역 계약은 다음달 19일 마무리하고 결과는 내년 4월에 받을 예정이다. 법조계는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올해를 넘기더라도 내년 봄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연구 목표는 헌법상 규정된 공정한 재판 원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맞춰져 있다. 재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지,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거나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등을 따져보고 개선책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좋은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재판이 우선돼야 한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행정처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려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무죄 추정의 원칙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수사 단계에서 언론사 보도가 미치는 영향 등 앞서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정한 재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주길 기대했다.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단계부터 쏟아지는 언론 보도가 국민에게 유죄 추정의 심증을 주고 법관이 여론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정책 연구용역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재판과 법관의 독립’ ‘법관의 책임성’ 부분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별도로 행정처는 존경받는 판사 발굴 작업도 시작했다. 평생을 판사로 일하다 정년퇴임한 법관과 퇴임을 1~2년 남겨 둔 원로 법관, 판사 출신 법조인 가운데 법조계 신임이 높은 인사 10~20명을 소개하는 릴레이 인터뷰 모음집 발간을 추진 중이다. 내년 3~4월 출판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처 관계자는 “판사에 대한 국민의 편향된 인식을 개선하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신연수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