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가구에 리놀륨 상판…"쓰기 편해"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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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판이 바뀐다2008년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박혁준 오블리크테이블 대표(사진)는 졸업하자마자 가구 공방을 차렸다. ‘한 사람만을 위한 가구’를 만드는 주문제작 방식이었다. 하지만 공들여 제작한 가구를 한 사람만 쓸 수 있다는 게 아쉬웠다. 2년 만에 공방을 접고 가구회사에 입사했다. ‘많은 소비자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쁜 가구’를 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곧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실용성보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회사 분위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2013년 다시 가구 공방 ‘오블리크테이블’을 창업했다. ‘디자이너는 작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원목가구 일색이던 디자인 가구 시장에 ‘리놀륨 가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리놀륨은 네덜란드 바닥재 제조회사 포보가 생산한 소재로 아마씨유와 송진 등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2) 박혁준 오블리크테이블 대표
유통업체서 한 롤 구해
6개월 테스트 거친 후 사용
얼룩 쉽게 지워지면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인기
올해 90억원 매출 예상
내년 부엌가구 진출 계획
‘리놀륨 가구’ 시장 개척자오블리크테이블은 국내 가구 제조업체 중 처음으로 리놀륨 소재를 적용한 원목 식탁을 제조했다. 원목은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쉽게 뒤틀리고, 얼룩이 잘 지워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원목 상판 위에 리놀륨 소재를 깔면 이런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박 대표는 “다시 공방을 열었지만 당시 ‘원목가구 붐’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해외 자료를 뒤지다 리놀륨 소재의 테이블 사진을 발견했다. 당시 한국 시장에선 볼 수 없는 가구용 소재였다. 원목가구의 불편함을 상쇄할 재료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얼룩 걱정 없고 촉감은 종이와 비슷해 차갑지 않아 마음 편하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곧장 포보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회사를 찾아가 남아 있던 재고를 무작정 사왔다. 그는 “바닥재 유통회사여서 판매처에서도 정확한 사용법을 몰라 한 롤을 사와 반 년간 테스트했다”고 말했다.“대기업이 못하는 가구로 승부”그렇게 탄생한 ‘리노 렉텡글 레그’ 테이블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깔끔한 디자인, 원목 가구가 주는 따뜻함, 리놀륨 소재 덕에 간편해진 관리, 친환경 소재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금세 입소문이 났다. 2015년 이후 리노 컬렉션의 누적 판매량은 6000대를 웃돈다. ‘카피 제품’도 쏟아져나왔다. 지금은 웬만한 가구점에서 모두 리놀륨 소재의 식탁을 판매하고 있다.
월 8000만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연 25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9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리놀륨 가구 열풍’을 먼저 알아본 백화점 가구MD의 눈에 들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과 부산센텀점에도 들어갔다.
박 대표는 ‘리놀륨 테이블 전문점’에서 멈추지 않고 내년 부엌가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가구 취향’이라는 게 생겼다”며 “소비자들이 한샘·현대리바트에서 벗어나 오블리크테이블 같은 신생 디자인 브랜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처럼 부엌가구 시장도 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엌가구에도 페인트가 아니라 리놀륨 소재를 쓸 예정이다. 그는 “리놀륨은 거친 곡물로 만들기 때문에 매입한 원재료 중 20%는 버린다”며 “원가 절감과 대량 생산을 중시하는 대기업에선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소재”라고 말했다. 부엌가구에서도 좋은 소재와 디자인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모든 제품을 이케아처럼 ‘모듈 제품’으로 제조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그는 “상판과 다리를 취향대로 고를 수 있고 포장과 배송도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