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생태학자 헬레나 호지 한국서 책 먼저 출간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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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오래된 미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스웨덴 출신 생태환경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박사(사진)의 신간 《로컬의 미래》가 한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해외에서 먼저 나온 책을 단순히 번역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저자와 함께 기획해 한국에서 먼저 낸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40여 년간 세계 곳곳에서 강연하고 다니며 지녔던 소책자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지역 중심의 경제공동체 회복에 대한 핵심 메시지를 담았다. 여기에 최근 쓴 칼럼을 더하고 출판사가 작성한 질문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를 더했다. 남해의봄날 관계자는 “올해 초 기획해 이달 저자의 예정된 방한 일정에 맞춰 출간했다”며 “이전 책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책은 조금 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래 이달 초 저자는 한국을 찾아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에 대한 강연과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건강상 이유로 일정을 취소했다. 당분간 집필이나 강연 활동을 쉬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지 박사는 인도 북부의 작은 마을 라다크가 세계화로 외부에 개방되면서 겪는 삶의 변화를 그린 《오래된 미래》로 이름을 알렸다. 책은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됐고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꾸준히 지역화 운동을 하면서 《행복의 경제학》 《모든 것은 땅으로 부터》 《허울뿐인 세계화》 등을 썼다. 비영리단체 ‘로컬 퓨처’를 창립했고 지역화를 위한 국제 연맹(International Alliance for Localization)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국내 출판사와 뜻을 모아 낸 책인 만큼 한국의 상황에 맞는 조언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경쟁이 치열한 도시 경제로 급하게 달려간 한국인들은 어쩌면 라다크인들과 비슷한 피해를 본 것 같다”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낡은 주차장을 정원으로 조성하고 도심에 농산물 직판장을 만들고 공공녹지에 텃밭을 가꾸는 ‘도시 농업’도 방법이다. 2부와 4부를 인터뷰로 구성해 육성을 실었다. 책은 “허울뿐인 녹색정책을 벗어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산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진정한 지역화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저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