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석금 스타일'의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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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재건 첫발 뗀 윤석금 회장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화려한 재기는 70년 한국 기업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기업이 법정관리에 가면 기업은 연명하더라도 기업가는 대개 감옥에 갔고 그리고는 끝이었다. 그런 면에서 윤 회장 재기는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연이라기보다 ‘윤석금 스타일’이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최고경영자(CEO) 교육업에 종사하면서 17년 동안 이런저런 인연으로 윤 회장과 웅진을 가까이에서 본 관찰을 바탕으로 분석해 본다.
투명 경영에 대한 신념
집요한 교육 기반 경영
사랑이란 가치에 입각한 경영 덕분
한 번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의 산증인으로 의미 크다"
전성철 < IGM 세계경영연구원 이사회 의장 >
IGM세계경영연구원을 통해 필자는 수천 명의 CEO들과 교류했다. 그 결과 뛰어난 CEO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첫째 당면한 문제를 창조적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능력, 둘째 직원들로 하여금 진심으로 열심히 일을 하게 만드는 리더십, 셋째 일에 대한 열정과 부지런함이다. 당연히 윤 회장도 이 세 가지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윤 회장만이 이룬 이 화려한 재기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에게는 분명히 그만의 독특한 경영 방식이 있다.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투명 경영에 대한 그의 신념’이다. 모든 CEO는 항상 ‘투명성’과 ‘융통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융통성이란 비자금, 탈세, 불법 로비 등을 저지를 수 있는 역량이다. 대부분 CEO들이 융통성의 유혹에 넘어가곤 한다. 그러나 윤 회장은 40여 년 사업 역정에서 일관되게 이 투명성 원칙을 지켜온,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극히 드문 창업 기업가다. 웅진의 법정관리 개시 후 윤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을 때, 검찰은 윤 회장의 개인 비리를 캐기 위해 수백 명의 웅진 임직원과 친인척을 소환조사했다. 그러나 단 한 건의 비리도 찾아내지 못했고 그래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못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까지 했다.
윤 회장이 실행한 투명 경영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그가 40여 년 사업의 전 과정을 통해 가졌던 예금통장이 달랑 한 개였다는 사실이다. 예금통장이란 소위 융통성의 핵심 인프라인데 그에게는 아예 그 인프라가 없었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윤 회장은 몇 년 전 후계 구도를 위해 아들을 채용한 것 이외에는 사업의 전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친인척을 웅진그룹에 취직시킨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친인척이 관여된 회사에 납품 기회를 준 적도 없다. 부탁이 오면 현찰을 주고 끝냈다. 이 투명 경영은 직원과 회사 간에 끈끈한 신뢰의 고리를 만들어 줬다.둘째는 집요한 ‘교육 기반 경영’이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약 10년 전 전체 임원이 50여 명일 때 임원 전원을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매주 월요일 한자리에 모아 세 시간씩 교육했다. 바쁜 임원들 불만이 대단했지만 이 교육은 거의 6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 중 그룹은 매년 30% 이상 성장했다. 윤 회장은 “우리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그것은 순전히 교육 덕분이다”고 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직원들 눈을 뜨게 하면 그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별로 못 느낀다”고 한다. 그는 요즘도 기회 있을 때마다 다른 CEO들에게 “노조 대응에 돈 쓰지 말고 그 돈으로 교육을 시켜라. 노조가 아예 없거나 달라질 것이다”고 충고한다.
셋째는 ‘또 또 사랑’이란 핵심 가치에 입각한 경영이다. 그는 투명 경영, 교육 기반 경영 등을 모두 ‘사랑’이라는 ‘가치’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실행한다. 그러니 힘이 실린다.
이번에 웅진이 렌털 사업을 재개하자 떠났던 옛 직원 수천 명이 있던 직장을 버리고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이번에 코웨이 인수에 크게 투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투자 결정의 가장 큰 이유로 윤 회장의 투명 경영을 꼽았다고 한다.
윤 회장이 결코 만능은 아니고 더더욱 불패 신화의 주인공도 아니다. 사실 그는 투자 실패로 사회에 큰 폐해를 끼치고 법정관리라는 오명을 자초한 사람이다. 그러나 ‘윤석금 스타일’이란 화두가 가지는 메시지를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퇴출될 수밖에 없던 그동안의 우리 대기업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융통성보다 투명성을 더 지킬 때 어느 경영자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