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로시니 '작은 장엄미사'

경제와 문화의 가교
지난 13일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의 서거 150주기를 맞은 날이다. 로시니는 유머와 기발한 아이디어의 천재였다. 일찌감치 은퇴하고 심심풀이로 피아노 소품이나 가곡을 쓰며 여생을 즐기던 로시니는 만년인 1863년(71세)에 ‘마지막 주책’이라며 80분에 달하는 긴 종교음악을 쓴다. 그런데 그 제목이 ‘작은 장엄미사’다. ‘작은’과 ‘장엄’이라는 상충적인 의미를 함께 담은 것이다. 역시 로시니다운 유머다. ‘작다(petite)’는 의미는 피아노 두 대와 하모늄(소형 오르간)만으로 반주하고, 합창단도 12명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독창도 합창단 중에서 4명이 맡도록 했다.

이 곡은 미사다운 정통 종교음악의 풍미와 로시니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결합돼 요즘 부쩍 인기가 높아졌다. 흥미롭게도 4년 후 만든 오케스트라와 큰 합창단을 위한 증보판으로 연주되는 경우도 많은데, 제목은 여전히 ‘작은 장엄미사’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